[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해 전반기까지 돌풍의 중심이었다. 시즌 개막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팀은 순위표 맨 위에 있었고 연승으로 신바람을 냈다. 스포츠지 1면에 넥센 소식이 자주 등장했고 방송과 인터넷에서도 화제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결국 넥센은 기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팀이 하락세를 겪은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안방마님' 문제였다. 4강에 오른 팀들과 견줘 포수 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넥센이 포수 전력 보강에 신경쓰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시즌 초반 SK 와이번스에서 최경철을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왔다. 최경철은 기존의 허도환 그리고 신인 지재옥과 함께 마스크를 번갈아 썼다. 하지만 여전히 2% 부족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새로운 포수 기대주 한 명이 눈에 띈다. 바로 박동원이다.
▲경쟁률은 4대1
김시진 전 감독(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에 이어 새 사령탑에 오른 염경엽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쉴 틈도 없이 일본으로 마무리훈련을 다녀왔다. 그 과정에서 가능성을 본 선수가 여럿 있었는데 포수 자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염 감독은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한 뒤 팀에 복귀한 박동원을 눈여겨 봤다. 개성고를 나와 지난 2009년 입단한 포수 박동원이 그 주인공이다.
박동원은 아직 1군 무대에서 뛴 경험은 없다. 상무 시절 퓨처스리그(2군)에서 뛰었다. 지난 시즌 퓨처스 북부리그에서 박동원은 75경기에 나와 타율 3할2푼6리 9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이재원(SK 와이번스) 모창민(NC 다이노스) 등과 함께 상무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2군과 1군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박동원도 "그 때 기록은 다 잊었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박동원에게는 올 시즌이 프로 첫 시즌이나 다름없다.
박동원은 팀 마무리훈련에서 김동수 배터리코치의 집중 지도를 받았다. 김 코치는 박동원에게 송구에 대한 부분을 가르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박동원은 "송구 동작을 짧게 하고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포구 동작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아직 박동원은 배우고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박동원은 넥센 입단 초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왜 내게는 출전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았다. 고졸 신인으로서 심리적으로 흔들리다 보니 연습 경기에서도 주눅이 들었다. 박동원은 "비록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당시 나를 생각하면 조금 우습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동원은 허도환, 최경철, 지재욱 등 지난 시즌 1군에서 마스크를 쓴 경험이 있는 선수들과 경쟁을 해 살아남아야 한다. 1군 주전 포수 자리는 하나다. 백업 역할까지 따지면 박동원은 최소 두 명의 경쟁자를 뛰어넘어야 한다.
▲1군 정착이 최우선 목표
박동원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마스크를 썼다. 그 뒤로 지금까지 줄곧 투수의 공을 받았다. 그러나 1군 투수들의 공을 받아본 경험은 별로 없다. 그는 "손승락 선배가 '1군 투수들이 던지는 공을 많이 받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며 "1군 타자들이 갖고 있는 장, 단점 파악이 부족하다. 이론적으로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간단히 풀릴 수 있다. 1군에서 계속 뛰다보면 자연스럽게 경험이 쌓인다. 박동원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목표는 1군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답했다. "만약 1군에 있게 되면 최소한 80경기 정도는 꼭 뛰고 싶다."
지금 박동원은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게 걱정"이라고 했다. 퓨처스리그에서 마지막 경기를 뛴 게 벌써 꽤 시간이 지났다. 그는 "스프링캠프와 연습경기 등을 통해 감을 끌어올려야겠다"고 했다. 스프링캠프와 이어지는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등은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박동원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기존 안방마님들과 포지션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1군에 남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박동원은 올 시즌이 프로 5년 차가 되는 해다. 그러나 연차는 머리 속에 없다. 2009년 처음 팀 유니폼을 입었을 때와 같은 상황이라고 여긴다. 당시 다른 선수들과 견줘 조금 왜소했던 몸은 많이 단단해졌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 덕분에 근육량은 늘어났다. 박동원은 "이번 겨울은 다른 때와 달리 좀 더 바쁘게 보내야 한다"고 얘기했다.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동원에게는 한 가지 오기가 생겼다. 팀에 복귀한 뒤 주변에서 '넥센은 포수 전력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는 "(최)경철이 형과 (허)도환이 형도 있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자존심이 상했다"고 했다. 물론 박동원이 스스로 원하는 만큼, 또 팀의 기대만큼 올 시즌 좋은 활약을 보인다면 넥센의 포수 전력은 한층 보강될 수 있다.
박동원은 타격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오승환(삼성) 선배가 던지는 공을 꼭 보고 싶다"며 "직구를 치는 데는 자신이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동원은 최근 롤 모델을 바꿨다. 얼마 전까지 홍성흔(두산)이 롤 모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같은 소속팀 선배인 서건창으로 바뀌었다. 박동원은 "홍성흔 선배는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기 때문에 빠졌다"고 웃었다. 그는 "(서)건창이 형이 신인왕을 수상하는 장면을 TV를 통해 봤다"며 "나도 기회가 오면, 그리고 그 기회를 잡게 되면 꼭 신인왕을 받아 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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