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지난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펴낸 미디어가이드북에 등록된 선수(신인, 신고선수, 군보류 선수 포함)들 중에서 양력(1977년과 1989년생)을 기준으로 뱀띠에 해당하는 선수는 모두 112명이었다. 상무와 경찰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뱀띠 선수들이 모여있던 구단은 LG 트윈스였다.
2012년 등록선수를 기준으로 이상열, 박명환 등 1977년생 베테랑 선수 외에 모두 16명의 뱀띠 선수가 있었다. 올 시즌부터 1군에 참가하는 막내구단 NC 다이노스는 15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가장 적은 뱀띠 선수가 뛰었던 팀은 넥센 히어로즈였다. 군보류 및 신고선수까지 포함해 8명이었다. 그 중에서 2012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서건창이 1989년생으로 뱀띠인 것이 눈에 띈다.
SK 와이번스에는 1977년생 베테랑들은 없었다. 1989년생 젊은 선수들만 있었는데 9명으로 넥센처럼 숫자는 많은 편은 아니었다. KIA 타이거즈도 뱀띠 선수들이 많았다. 마운드에서 맏형 노릇을 한 1977년생 서재응을 시작으로 15명의 뱀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렸다.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가 각각 14, 13명, 그리고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가 각각 11명의 뱀띠 선수들이 있었다. 2012시즌 두산의 뒷문을 담당했던 스캇 프록터는 외국인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1977년생 뱀띠였다. 하지만 프록터는 계사년 국내 그라운드에서 볼 가능성이 낮아졌다. 두산은 외국인 선발투수를 원해 프록터와 재계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989년생 '올해는 우리 세상'
1989년생 뱀띠의 선두 주자로는 단연 서건창(넥센)이 꼽힌다. 서건창은 2군 선수와 신고선수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 후 방출 그리고 현역입대를 거쳐 2011년 말 다시 신고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는 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를 통해 정식선수 계약을 맺은 뒤 팀의 주전 2루수를 꿰차며 신데델라 스토리를 만들었다. '중고신인' 서건창은 신인왕과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용의 해였던 지난해를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뱀띠 해를 맞는 서건창은 소속팀의 4강 진출을 반드시 이끌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선빈(KIA)도 올해를 빛낼 뱀띠 선수로 꼽힌다. 김선빈은 키는 작지만 스피드와 넓은 수비 범위로 타이거즈의 내야를 책임지고 있다. 컨택 능력이 좋은 방망이 실력도 녹록지 않다.
김선빈은 2012시즌 126경기에 나와 타율 2할8푼1리 5홈런 55타점 30도루를 기록했다. 2008시즌부터 프로에 데뷔해 이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다. 프로 6년차를 맞는 올 시즌 데뷔 이후 처음 3할 타율도 기대해볼 만하다.
우동균(삼성)과 신본기(롯데)는 2012시즌을 앞두고 많은 기대를 모았다. 우동균은 경찰청 제대 후 소속팀 삼성으로 복귀했다. 배영섭, 이영욱 등과 함께 고(故) 장효조 2군 감독이 길러낸 선수 중 한 명으로 정교한 타격이 장점으로 꼽혔다. 신본기도 주목받는 대졸 신인으로 롯데의 내야 전력 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로 이름이 거론됐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부상 때문에 2012년에는 기대에 모자라는 성적을 냈다. 우동균은 26경기에 나와 타율 1할8푼8리에 그쳤고 신본기 역시 50경기에 나와 타율 1할5리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시즌 우동균과 신본기 모두 소속팀에서 외야와 내야 주전 경쟁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두 선수가 살아나야 팀 자체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롯데는 신본기 외에도 같은 1989년생 뱀띠 투수 진명호가 눈에 띈다.
진명호는 선발과 중간에서 두루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롯데의 5선발 경쟁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진명호도 계사년에 자신의 존재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유력 선수로 꼽힌다.
NC는 투타의 젊은 피 나성범과 노성호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나성범은 2012시즌 퓨처스리그(2군) 남부리그에서 94경기에 나와 타율 3할3리 16홈런 67타점 29도루를 기록했다. 노성호는 팀내 최다인 15승을 올린 이재학과 황덕균(10승)에 이어 6승(2패)을 거뒀다. 나성범과 노성호는 올해 처음 1군리그 무대에 선을 보인다. 퓨처스리그와 다른 곳이지만 젊은 패기로 당당하게 도전장을 냈다.
두산에서는 이용찬과 최재훈이 1989년생 뱀띠로 투타의 핵심선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용찬은 이미 팀 선발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이용찬은 2012년 26경기에 나와 10승 11패를 기록하면서 2007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최재훈은 타율 2할9리를 기록했지만 백업으로 마스크를 쓰면서 69경기에 출전해 쏠쏠하게 활약했다.
박지훈(KIA)과 최성환(LG)도 올 시즌이 더 기대가 되는 뱀띠 투수들이다. 두 선수 모두 2012시즌이 끝난 뒤 신인왕 후보에 나란히 올랐다. 박지훈은 지난해 진해수(53경기)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50경기에 나왔다. 중간과 마무리를 오가면서 3승 3패 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3.38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최성환은 팀의 좌완 선발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줬다. 37경기 출전해 5승 6패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다.
▲1977년생 '베테랑의 힘'
한국나이로 이제 37살.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왔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은 그라운드에서 후배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린다. 1977년생 선수로는 김선우(두산)-서재응(KIA)과 장성호(롯데)가 투타를 대표한다.
두산의 토종 에이스 김선우는 2012년 조금 실망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오던 두 자릿수 승수 행진이 멈췄다. 6승 9패 평균자책점 4.52로 두산 입단 첫해인 2008년과 비슷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시즌 후반기 김선우는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고, 뱀띠 해인 올 시즌에도 팀 마운드의 든든한 맏형으로 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재응은 비교적 성공적인 2012시즌을 보냈다. 국내 무대로 돌아온 후 메이저리거 출신다운 화끈한 피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그였지만 지난 시즌에는 어려운 팀 마운드 사정 속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9승 8패의 성적을 올렸다. 비록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두 자릿수 승리에는 실패했지만 평균자책점 2.59의 안정된 피칭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장성호는 지난 시즌 후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롯데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두산으로 떠난 홍성흔의 빈 자리를 장성호가 잘 메워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장성호는 충분히 세 자릿수 이상 안타를 쳐낼 능력이 있는 선수"라고 기대했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는 유망주 투수를 내주고 그를 데려왔다. 장성호는 지난해 130경기에 나와 타율 2할6푼3리를 기록했다. 113안타(9홈런)을 쳤는데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한 건 2007시즌 이후 5시즌 만이었다.
이정훈(넥센)과 이상열(LG)도 중간계투로 팀이 필요로 할 때 마운드에 올라 감초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정훈은 선발, 마무리와 견줘 상대적으로 빈약한 넥센의 허리를 잘 받쳤다. 이정훈은 지난해 40경기에 출전해 4승 4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4.67을 기록했다. 그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는데 넥센과 계약기간 2년에 5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재계약 사인을 했다.
이상열 역시 좌타자 상대 원포인트 릴리프로 제몫을 했다. 그는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았지만 73경기에 나와 1승 3패 15홀드 평균자책점 3.72로 맡은 임무를 잘 수행했다. 그 역시 뱀띠 해인 올 시즌에도 변함 없이 LG 마운드의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꾸준히 출장할 것으로 보인다.
송신영(NC)은 새해 새 팀에서 새출발을 하게 됐다. 송신영은 FA 이적한 한화에서 뒷문을 책임질 선수로 꼽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는 24경기에 나와 1승 3패 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94로 부진했다. 그 전 해인 2011년 넥센과 LG를 거치며 거둔 3승 3패 19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24의 성적에 비해 차이가 컸다.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게 된 송신영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 사정상 고참으로서 투수진을 잘 다독여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개인성적도 신경써야 한다. 제9구단 NC에서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뱀띠 해를 맞은 것이 의미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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