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외국 프로리그에는 '기량발전상(MIP)'이란 상이 있다. 전 시즌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적이 오른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한국 프로야구에도 이 상이 제정된다면 두산 투수 홍상삼도 유력한 수상후보다. '미운 오리새끼'에서 단숨에 특급 셋업맨으로 탈바꿈한 결과다.
올 시즌 홍상삼은 눈부셨다. 53경기에 등판, 5승2패1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로 65.1이닝 동안 삼진 69개를 빼앗았다. 피안타율 1할5푼6리에 투수 평가의 제일 척도인 WHIP가 0.98이었다. 두산 팀 내에서는 단연 최고였고,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기대에 못미쳤지만 남부러울 것 없는 성적이었다.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건 어쩌면 당연했다. 특별한 변수만 없다면 최종 명단 합류도 기대해볼 만하다.
'인생 역전'과도 같은 경험이었다. 2009년 프로 데뷔한 홍상삼은 지난해까지 한 번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9년과 2010년 연속 30경기에 등판했지만 난타를 면치 못했다. 2010년엔 평균자책점이 6.42까지 불어났다. 지난해에는 1군서 단 6경기 등판에 그쳤다.
이런 그에게 2012시즌은 잊지 못할 한 해다. 원래 좋았던 구위에 제구가 잡히면서 '언히터블' 투수로 변신했다. 특히 높은 각도에서 떨어지는 포크볼을 결정구로 사용하면서 탈삼진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적지않은 상대 타자들이 좀처럼 공략하기 쉽지 않은 투수로 그의 이름을 댈 정도였다. 그가 등판하면 경기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동료선수들에게 심어줬다.
뜻깊은 한 시즌을 마친 홍상삼은 다음 시즌 한 번 더 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래서 그는 미야자키 마무리 훈련서 평소보다 배 이상의 땀을 흘렸다. 정상급 구원투수로 발돋움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오랫 동안 꾸준한 활약을 펼치겠다는 각오가 밑바탕이 됐다. WBC 출전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기도 하다.
요즘 홍상삼은 서울 청담동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체력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연말연시이지만 흥청망청하지 않고 운동에만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홍상삼은 "성적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부족한 점도 있다. 특히 주자 있을 때 집중력이 좀 더 향상될 필요가 있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투수가 되고 싶다. 구체적인 수치를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홀드왕을 노려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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