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 각 팀 사령탑들은 "9구단 체제로 시작하는 2013시즌 일정이 걱정된다"고 했다. 홀수 팀으로 리그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이동일과 휴식일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려했던 대로 결국 특정 팀이 내년 시즌 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모양새가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1월 30일 2013시즌 프로야구 경기일정을 확정 발표했다. 막내구단 NC 다이노스가 1군에 합류하기 때문에 9개 팀이 2013시즌을 치른다. 3월 30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팀 당 128경기씩 모두 576경기를 소화한다.
팀당 133경기를 치렀던 올 시즌과 견줘 각 팀들은 5경기를 덜 치르게 됐지만 전체 경기수는 532경기에서 44경기 더 늘어났다. 그런데 짝수가 아닌 홀수 구단 체제이기 때문에 각 팀들은 돌아가면서 무조건 휴식일이 생긴다.
그런데 2013시즌 일정이 발표된 뒤 롯데 자이언츠가 울상이 됐다. 3연전 휴식을 취한 팀과 바로 맞붙는 팀이 선발투수 로테이션 등에서 불리한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다른 팀들과 견줘 유독 많은 12차례나 휴식을 가진 후의 팀과 만나게 됐다.
롯데는 당장 시즌 개막전인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를 치른 뒤 창원으로 이동해 4월 2일부터 신생팀 NC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개막전 일정을 건너뛴 NC는 1, 2, 3선발을 모두 롯데전에 투입할 수 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KBO가 발표한 일정을 이해할 수가 없다"며 "팀별 이동거리 등 여러 부문을 고려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좀 심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와 함께 3연전 휴식팀을 만나는 횟수가 많은 팀은 한화(8회), NC, 두산(7회) 정도가 꼽힌다.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는 4회로 적은 편이고, 특히 삼성 라이온즈는 이런 일정이 딱 한 번뿐이다.
KBO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구단 별 이동거리, 흥행요소, 휴식일 등을 모두 고려해 일정을 편성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수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렸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홀수 구단 체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일정상 특정 팀이 손해를 보는 부분 외에도 늘어난 경기 수도 나중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우천 취소 등으로 연기돼 잔여경기 일정을 편성할 때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도 각 팀의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일정 때문에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원정 6연전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주전선수들을 빼고 마이애미 히트와 경기를 치렀다가 벌금을 물게 됐다.
샌안토니오는 지난 11월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서 열린 마이애미전에 팀 던컨, 토니 파커, 마누 지노빌리, 대니 그린 등 4명의 주전선수를 아예 데려오지 않고 경기를 뛰었다. 선수 부상 때문도 아니었다.
데이비드 스턴 NBA 총재는 "상대팀과 리그 사무국 그리고 언론에게 선수 제외 통보를 하지 않고 경기를 치렀다"며 "이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했고 팀에게 벌금 25만달러(약 2억7천만원)를 부과했다.
물론 NBA와 한국프로야구의 상황이 같을 수는 없지만,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경기 일정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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