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팬들은 16개 구단 중에도 가장 열성적이기로 유명하다. 팀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지나치다 보니 상대팀 버스를 가로막거나 그라운드에 물병을 던지는 일 등이 가끔 있어 전북 구단을 곤란하게 만들고는 했다.
그나마 구단과 서포터스 간 대화가 오가면서 팬들의 과격한 행동은 많이 줄어들었다. 불상사 발생 시 팀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끼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때문에 올 시즌에는 전북의 홈경기에서 상대팀이 시간을 지연하거나 할 경우에도 야유 정도의 애교 수준의 행동을 보여주고는 했다.
그런데 많이 자제했던 전북 팬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사건이 2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41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발생했다.
분노 유발자는 울산의 공격수 마라냥이었다. 마라냥은 1-1이던 전반 42분 고슬기의 패스를 받아 전북 수비를 무너뜨리고 골을 넣었다.
이 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마라냥의 골 세리머니가 문제였다. 전북 벤치 앞으로 뛰어오더니 무릎을 꿇고 기도를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선두 FC서울에 승점 10점이 뒤진 2위로 우승을 향한 작은 희망의 불씨를 간직하고 싶었던 전북 팬들은 마라냥의 이 행동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자기팀 벤치 쪽이 아니었고, 전북 선수단은 물끄러미 마라냥을 바라봐야 했다. 전북 팬들은 야유했다.
전반 추가시간 마라냥이 페널티킥으로 한 골 더 넣으며 전북이 1-3으로 뒤지자 전북 팬들의 야유는 분노로 바뀌었다. 골을 넣은 뒤 마라냥은 전북 서포터 앞에서 춤을 추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도 모자라 등을 돌린 뒤 자신의 이름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로 팬들을 더욱 자극했다.
결국, 물병 다섯 개가 그라운드로 날아들었다. 양 팀의 안전을 책임지는 전북 구단의 입장이 난처해진 순간이었다. 성난 팬들은 전반 종료 후 선수대기실로 들어가는 울산 선수들에게도 물병을 던졌다. 모두가 위험해지는 상황을 마라냥의 세리머니가 야기시킨 셈이다.
이를 지켜보던 울산 김호곤 감독은 통역을 불러 야단을 쳤다. 크게 혼난 마라냥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최진수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골을 넣고 혼자 흥에 겨워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마라냥이 일을 저질렀다. 전북 관계자는 "얼마 만에 물병이 날아들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아쉽게 됐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호곤 감독은 경기 후 "내가 대신 죄송하다고 사과하겠다. 고의성은 없었다. 전반전 마라냥이 첫 골 넣고 상대방 벤치 앞에서 기도를 했는데 고의성은 없었지만 대기심이 (주의를 주라고) 이야기했다. 말을 하려고 했는데 또 같은 상황이 벌어졌고 전달하지 못했다. 마라냥에게 (전반 종료 후) 절대로 안된다고 했다. 다시 한 번 사과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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