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역대 한국축구 19세 이하(U-19) 대표팀에는 늘 스타가 있었다. 200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에는 최성국, 정조국(FC서울)이, 2004년에는 박주영(셀타 비고), 김승용(울산 현대) 등 걸출한 스타들이 우승을 이끌었다. 이들은 K리그 입성 후에도 주축으로 자리 잡았고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도 골을 넣는 등 성장을 거듭했다.
이후 이청용(2006년, 볼턴 원더러스), 구자철(2008년, 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2010년, 선덜랜드) 등이 각 대회의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했다. 대부분이 K리그를 경험하며 성장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올해 U-19 챔피언십에 출전한 대표팀에는 K리그 경험 선수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 걱정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23명의 대표 중 K리거는 4명뿐이었다. 공격수 김현(전북 현대)이 9경기에 나서 1골을 넣은 것이 그나마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을 남겼다. 문창진(포항 스틸러스)은 3경기 출전했으나 모두 교체 출전이었고, 이광훈(포항 스틸러스), 이창근 (부산 아이파크) 등은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오히려 고교생이 4명이나 끼어 전력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청소년과 성인팀의 연결 고리 역할이 되는 U-19 팀의 특성을 고려하면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4위 이내에 들어야 내년 U-20 월드컵 출전 기회를 얻기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 초반에는 출발도 좋지 못했다. 이라크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0으로 비겼고 태국과 2차전에서도 밀리다 겨우 2-1로 이겼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중국전도 1-0으로 어려운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8강에 오른 이후 한국은 달라졌다. 고교생 김승준(군산제일고), 권창훈(매탄고) 등은 이란과 8강전에서 골맛을 보며 기대에 부응했다. 송주훈(광명공고)은 중앙 수비로 수비벽을 튼튼하게 구축했다.
문창진은 1골 2도움을 기록, 포항 유스팀 포철공고 출신으로 대학을 거치지 않고 프로로 직행한 실력을 과시했다. 소속팀 포항의 황선홍 감독은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고 경기를 한눈에 그리는 능력도 좋다. 이라크전에서 한 건 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황 감독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한 것이다.
골키퍼 이창근은 준비된 에이스였다. 186㎝의 신장에 빠른 판단력과 동물적인 감각으로 선방쇼를 펼쳤다.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단 1실점에 그치며 필드플레이어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8강~결승도 경기당 1실점에 그치는 등 주장이자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부산 관계자는 "이창근은 전상욱, 이범영이라는 두 산에 가로막혀 실력 발휘 기회가 많지 않았다. 기본기도 있고 안익수 감독도 기량에 대해서는 나무랄 데 없다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라고 전했다. 승부차기까지 간 결승전에서 이창근은 이라크의 네 번째 키커로 나선 모하나드 카라르의 킥을 감각적으로 몸을 날리며 왼손으로 막아내 우승을 확정짓는 인상적인 모습으로 대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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