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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라 "친동생같은 동호, 일찍 철들었더라"(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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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크라이 마미', 오는 22일 개봉

[권혜림기자] 고작 서너 달 만에 다시 마주한 남보라의 미모는 한층 더 물이 올라 있었다. 스물 셋 여배우의 해사한 기운은 등장과 동시에 인터뷰룸을 가득 메웠다. 청소년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돈 크라이 마미(Don't Cry Mommy)'에서 피해자의 처절한 고통을 연기한데다 공식 석상에선 몇 차례나 눈시울을 붉혔을 만큼 극에 몰입했던 그지만 긍정을 타고난 밝은 성격은 그대로였다.

"'돈 크라이 마미'는 시나리오 초고를 워낙 일찍 받았던 터라 작업 전부터 애정이 많았던 영화예요. 그 땐 MBC 드라마 '로드 넘버 원'도 찍기 전이었거든요. 아이가 처음 본 사람을 엄마로 생각한다는 것처럼, 영화가 제게 각인된 것 같아요. 그래서 무한히 끌렸죠."

영화는 또래 청소년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딸 은아와 법을 대신해 사적 복수에 나서는 어머니 유림의 이야기를 그렸다. 남보라가 딸 은아를, 유선이 유림을 연기했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뒤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고 '도가니'를 잇는 사회 고발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제 상영 후 이뤄진 GV에서 남보라는 은아를 연기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을 쏟아 화제가 됐다.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미성년 성폭력 사건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배우들의 절절한 호소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남보라는 "부산에서 3천 석 규모의 스크린에 영화가 상영됐는데, 관객석이 거의 다 찼더라"며 "애정이 많은 작품인데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사를 해 보는 것도 처음이라 10초 간 멍하게 객석을 바라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신다는 게 황홀했어요.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었죠. '돈 크라이 마미'를 시작할 때는 단지 은아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했는데, 하면 할수록 여기서 그치는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로 사회가 조금이나마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고요. 사실 저는 그렇게 사회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 아닌데, 이제 비슷한 사건이나 법적 문제를 보면 제가 화가 나더라고요. '이건 아니잖아' 싶고요."

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고 영화로 인해 바뀐 자신의 모습을 설명하는 남보라에게 "한껏 고무된 모습이 꼭 배우가 아니라 사회 활동가 같은 느낌"이라고 말을 건네자 그는 "정말로 고무된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엔 기사의 댓글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요즘은 수백 개의 댓글들을 다 읽어보고 신경쓰는 편이예요. 영화를 찍으며 힘들었던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안 힘든 일이 어디 있냐' '너만 힘드냐'는 화살이 돌아오더라고요. 사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하나였어요. '나는 간접 경험으로도 정말 힘들었는데, 당사자들은 더 힘들 거다. 방관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 달라.' 제가 국회에 나가서 법을 바꿔 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최선의 방법은 연기를 잘 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뿐이죠. 그게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남보라가 연기한 은아는 짝사랑하던 같은 학교 선배 조한과 그 친구들로부터 끔찍한 괴롭힘을 당한다. 아이돌 그룹 유키스의 동호가 조한을 연기했다. 극 중에선 선배지만, 동호는 실제로 남보라보다 5살이나 어린 동생. 남보라는 "이야기를 나눌수록 어른스러운 친구"라고 동호를 설명했다.

"동호가 실제론 저보다 5살이나 어려서 컷이 끝나면 제 동생처럼 봤었어요.(웃음)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참 어른스러운 면이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친동생을 대하듯 '힘들지?'하면서 다가갔는데 나중엔 제가 동호에게 배우고 있는거예요. 일찍 철이 든 친구라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 권현상과 이상민은 동호와 함께 남보라를 상대로 악행을 일삼는 패거리를 연기했다. 남보라는 "악역 연기를 한 오빠들도, 감독님도 내게 미안해하더라"며 "그 마음에 나도 미안해졌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유림 역을 맡은 선배 배우 유선에 대해서는 "정신적 지주"라고 언급했다.

"유선 선배님은 진짜 엄마처럼 대해 주셨어요. 정말 정신적 지주처럼 의지가 됐어요. 함께 연기할 때 편했고 어깨 너머로 많이 배웠어요. 김용한 감독님도 많은 의지가 됐어요. 제가 생각한 감독님은 '태풍의 눈' 같은 존재거든요. 한적한 존재요. 현장을 차분하게 잘 이끌어 가셨는데, 그런 점에서 기둥이 됐죠."

남보라는 전작인 옴니버스 호러 영화 '무서운 이야기'의 '콩쥐 팥쥐'에서 인육을 먹으며 젊음을 유지하는 민회장(배수빈 분)의 희생양 박지를 연기했다. 박지는 언니 공지의 모든 것을 질투하는 악녀. 연이어 성(姓)적 피해자로 분한 것에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 묻자 남보라는 "'무서운 이야기'에선 굳이 피해자를 연기하려 했다기보단 여성성을 부각하고 싶었다"며 "기존의 이미지와 편견을 깨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겪어야 할 아픔도, 즐거움도, 시행착오도 많다고 생각해요. 많은 것을 겪어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싶어요. 제 시기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보는 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단단히 발판을 닦아 나가다 보면 우직한 산처럼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저는 '우직한'이라는 말이 참 좋더라고요. 시간이 더 지나면 우직한 작품이 들어오겠죠. 바람부는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다시 봐도 좋을 작품이요."

유선·남보라·유오성·동호가 출연하는 '돈 크라이 마미'는 오는 22일, 15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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