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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행 추진' 류현진을 둘러싼 3가지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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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기자]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하는 류현진(한화)은 과연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할 때 그가 기대에 걸맞는 몸값을 확보하고 미국 무대에 합류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지난해 윤석민(KIA)의 전철을 밟을 확률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류현진을 둘러싼 3가지 의문점을 짚었다.

◆포스팅시스템에 대한 오해

포스팅시스템은 보유권을 가진 한국과 일본 선수를 메이저리그 구단이 영입하기 위한 절차다. 지난 1997년 이라부 히데키(당시 지바 롯데)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보내려다 선수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도입됐다.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키운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알폰소 소리아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둘러싼 잡음도 새로운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불을 붙였다. 그래서 만들어진 제도가 포스팅시스템이다. 일종의 '경매 제도'로 보면 된다. FA 자격을 얻지 못한 한국과 일본 선수를 계약하기 위해선 해당 선수가 소속한 구단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이후 관심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응찰'이 진행된다. 소속 구단이 가장 높은 이적료를 제시한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선수와 빅리그 구단간 협상이 가능해진다. '구단의 허락-경매에서의 낙찰-선수의 사인'이라는 3가지 장벽을 한꺼번에 통과해야 한다.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포스팅시스템에 공시된 것만으로 빅리그 진출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성사 가능성이 무척 낮은 게 포스팅시스템이다.

그래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이적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최소 100만 달러 이상의 이적료로 팀을 옮긴 선수가 한국에선 한 명도 없고, 일본 선수의 경우도 9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몸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불펜 투수를 제외한 선발투수는 모두 4명. 이시이 가즈히사(전 LA 다저스, 포스팅금액 1천126만달러)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5천111만달러) 이가와 게이(전 뉴욕 양키스, 2천600만달러) 다르빗슈 유(텍사스, 5천170만달러) 뿐이다. 지난해 니혼햄에서 텍사스로 이적한 다르빗슈를 제외하면 최근 5년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빅리그로 진출한 선발투수는 없다. 여기에 올 시즌 센세이션을 일으킨 다르빗슈를 제외하면 이적료 만큼의 활약을 해낸 선수도 거의 없다. 이시이의 경우 포스팅시스템 도입 초창기인 2002년 사례이고, 이적료와 연봉 포함 모두 1억달러를 보스턴이 투자한 마쓰자카는 '먹튀'로 판명났다. 이가와는 양키스 프런트가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하는 이름이다. 마쓰자카는 이번 겨울 일본 유턴설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빅리그 구단들이 포스팅시스템에 큰 돈을 쓰기 주저하는 이유다.

◆류현진에 대한 미지근한 반응 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를 오래 전부터 밝혔다. 지난 2일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포스팅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공식적인 포스팅시스템 절차에 돌입했다. 오는 8일까지 빅리그 구단들의 응찰을 기다릴 수 있다. 문제는 메이저리그의 미지근한 반응이다. 보통 관심 있는 아시아 선수들에 대해서 빅리그 각 구단들은 활발히 정보를 수집한다. 양키스의 경우 운영담당 부사장급 고위 인사가 수시로 일본에 체류하며 스카우팅 작업을 진두지휘한다. 주요 언론들은 해당 선수의 프로필과 활약상, 향후 전망 등을 경쟁적으로 소개한다. 마쓰자카와 다르빗슈, 심지어 미국 진출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이와세 히토키(주니치) 같은 선수들도 여러번 대서특필됐다. 그러나 류현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최근 ESPN과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가 류현진에 대해 짧게 언급했지만 엉뚱한 '구원투수'로 분류하는가 하면 FA 자격을 얻었다고 설명하는 등 잘못된 정보만 나열했다. 류현진을 바라보는 국내의 시각과 큰 차이가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해외 선수들을 평가할 때 우선시하는 게 있다. 리그의 수준과 선수의 능력, 그리고 잠재력이다.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같은 단기 국제전 성적은 참고자료일 뿐 영입의 주요 근거가 아니다. 류현진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좌완투수로 일본에서도 평가받고 있지만 문제는 한국 프로리그의 수준이다. 한국 프로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뚜렷한 활약을 펼친 선수가 하나도 없다. 은퇴한 이상훈과 호주에서 뛰고 있는 구대성의 경우 일본을 거쳐 빅리그에 둥지를 튼 적이 있지만 활약한 기간이 짧아 평가 근거가 되지 못한다. 지난 겨울 정대현(롯데)이 볼티모어와 입단에 합의하며 사상 최초로 한국 프로 출신 직행 메이저리거가 탄생할 뻔했지만 더 나은 조건을 쫓아 유턴을 결심하면서 무산됐다. 더구나 이들 3명은 모두 불펜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선발 투수인 류현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어느 정도의 이적료와 몸값을 책정해야 할 지 빅리그 구단으로선 오리무중일 수밖에 없다.

◆한화의 의지, 과연 진심인가

또 하나의 관건은 한화의 의중이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미국 진출을 허락하면서 한화는 '대승적으로 판단하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포스팅시스템에 선수를 내놓은 것만으로도 한화는 얻을 것을 모두 얻었다. 그간 한화는 류현진을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로 보내는 데 주저하는 인상을 줬다. 특히 김응용 신임 감독이 부임한 뒤로는 보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내년시즌부터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둥뿌리'나 다름 없는 류현진을 포기하기가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지난 2일 한화는 전격적으로 '포스팅'을 결정했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선수를 보내려면 구단은 뚜렷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의 이적료 이상이면 받되 이하면 보낼 수 없다'는 내부 방침이 세워져야 한다. 그 액수가 어느 정도인 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류현진과 구단이 직접 만나 담판을 지었다. 류현진이 제시한 금액을 한화가 그대로 수용했다. 그 금액 이상이면 보내고, 이하면 류현진은 미국 진출 의지를 접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재 류현진을 둘러싼 가장 큰 리스크는 이 부분이다. 빅리그 구단들이 큰 돈을 내놓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 이하의 이적료에 그칠 경우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는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특히 최악의 경우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의 몸값이 기대치와 크게 차이가 나는 일이 벌어진다면 류현진 본인은 물론 소속팀 한화, 한국 야구계도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다. 류현진은 현재 몸이 달아 있는 상태다. 당장 내년시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선수간 국제 이적, 특히 FA 자격을 얻지 못한 한국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장벽이 하나 둘이 아니다. 장밋빛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중요한 건 선수의 앞날이다. 만족할 만한 몸값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다 해도 실망할 건 없다. 야구는 결국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 당장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금상첨화이지만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류현진은 FA 자격을 얻는 2년 뒤를 기약할 수 있다. 만약 한화가 최고 응찰액을 수용하면 최고액을 써낸 빅리그 구단은 류현진과 1개월간 독점계약 교섭권을 갖게 된다. 이 경우 류현진의 에이전시인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이 협상을 담당하게 된다. 한화가 응찰액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류현진의 공시는 철회되고, 류현진은 내년에도 한화 소속으로 잔류하게 된다. 조만간 모든 게 밝혀질 전망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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