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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오승환, 5차전 9회 보크 논란…SK는 수수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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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기자] 오승환(삼성)은 과연 보크를 범했나.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의 2-1 승리를 지켜낸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사실은 보크를 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SK로선 멀뚱멀뚱 지켜만 보다가 천금의 동점 기회를 날렸다는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당시 9회초 SK 첫 타자 최정이 오승환에게 중월 3루타를 뽑아냈다. 이어 이호준의 내야땅볼로 1사가 된 후 박정권이 볼넷을 골라 출루해 1사 1, 3루 찬스가 이어졌다. 다음 김강민 타석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오승환이 김강민과 승부 도중 볼카운트 1-1에서 3루로 견제구를 던진 것이다.

이 때 3루에서 두 발 정도 떨어져 있던 3루수 박석민이 다소 높게 날아오는 오승환의 견제구를 허리를 펴 잡아냈다. 전진수비를 하던 박석민은 오승환의 견제구에 대비하지 못했다. 견제구가 날아오자 3루주자 최정은 다급히 3루 베이스를 밟았다. 경기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진행됐다.

SK로선 두고두고 땅을 칠 만한 장면이다. 박석민의 두 발은 베이스에서 떨어져 유격수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견제구가 날아올 것을 예상하지 못한 박석민은 간신히 오승환의 공을 잡아낼 수 있었다. 만약 박석민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승환이 견제구를 던졌다면, 이는 경기 지연 행위로 보크가 될 수 있다.

정금조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팀장은 "경기 지연 행위에 따른 로컬룰에 적용되는 상황이었다. 야구 규칙집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경기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국내에서만 적용되는 로컬룰"이라고 설명했다.

보크는 심판의 판정에 의해 성립된다. 만약 심판이 지적하지 않았다면 투수의 행위는 보크로 인정되지 않는다. 당시에도 주심은 물론 3루심 오석환 심판원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켰다.

그러나 벼랑 끝 SK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1점 차로 뒤진 9회초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 최정이 오승환에게 3루타를 뽑아냈다. 박정권은 볼넷을 골랐다. 1사 1, 3루. 동점 혹은 역전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상대투수의 보크성 행위에 SK 벤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오 심판은 "애매하긴 했지만, 보크를 줄 상황은 아니었다. 박석민이 견제구를 잡고 순간적으로 베이스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보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보크 판정을 선언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오 심판은 "최정이 투수를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견제구가 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박석민이 베이스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면 몰라도,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시 3루 베이스 옆에 있던 한혁수 주루코치와 SK 벤치는 이 상황을 문제삼지 않았다. 그렇다면 SK가 전혀 항의할 여지가 없는 플레이였을까. 오 위원은 "판단하기 나름이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약 7대 3 정도로(어필 여지가 3)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보크는 어필 플레이가 아니다. 어필로 바뀌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조종규 심판위원장도 "현장에 있는 심판이 보크라고 선언해야 보크가 성립된다. 심판이 그렇게 보지 않았다면 보크가 아니다"며 "판단하기 나름이다. 3루심이 그렇게 판단했다면 그게 맞다. 보크 판단은 우리에게 맡겨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구계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SK 덕아웃의 수수방관하는 자세를 탓하는 목소리가 높다. "승부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상황을 걷어찬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점이면 동점을 만들고 이후 승부가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결정적 찬스에서 왜 감독과 코치가 지켜보고만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보크는 어필 플레이가 아니다. 감독이 '보크가 아니냐'는 항의를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래도 마지막 승부수는 띄워볼 만한 상황이었다. 적어도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실점 위기에 몰려 있던 오승환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도 있었다. 이 장면이 그대로 넘어간 후 SK는 김강민과 박진만이 내리 삼진을 당하며 기회를 날리고 그대로 1-2 패배를 당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한국시리즈 승부. 시리즈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었던 5차전 9회. 그렇게 마지막 찬스를 날린 SK는 3패째(2승)를 당해 벼랑 끝에 몰린 상태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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