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요소요소에 적절한 선수 배치는 경고부담 속에서도 완벽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울산 현대가 지난달 31일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를 꺾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오는 10일 홈에서 열리는 결승 상대는 알 이티하드를 꺾고 올라온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다.
울산 주전 6명이 한 장씩의 경고를 안고 뛴 이날 분요드코르전은 부담 그 자체였다. 경고 1장이라도 더 받으면 누적으로 결승전에 뛸 수 없게 된다. 울산 선수들은 전반 초반에는 수비에 집중해 몸을 사리는 듯했지만 김호곤 감독의 공언대로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것을 보여주며 2-0 승리를 거뒀다.
'철퇴축구'라는 수식어에 어울리게 울산의 한 방 능력은 대단했다. 이날 4강 2차전까지 울산은 9승2무의 무패행진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무득점 경기는 한 차례도 없었다. 24골 10실점으로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김 감독이 자신했던 공격축구의 이면에는 김신욱(24), 이근호(27) 두 콤비가 존재한다. 이들은 4강 2차전에서도 나란히 골맛을 보며 승리의 중심에 섰다. 누적 득점에서도 각각 6골, 4골로 공격의 무게감을 더했다. 이근호는 6도움으로 팀 내 도움 1위까지 기록하며 팔방미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2차전 승리에 사실상 2도움을 한 하피냐의 존재도 큰 힘이다. 여름 이적 시장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영입한 하피냐는 정규리그 14경기에 출전해 5골을 넣었다.
하피냐는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비였던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8강 1차전에서는 결승골을 넣었고 2차전 원정에서도 첫 골을 뽑아내며 경기를 수월하게 만들었다.
김 감독은 "하피냐는 구석구석 잘 파고드는 움직임이 좋다. 이근호와도 감바에서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서로의 특징을 잘 안다"라며 성공적인 영입임을 전했다.
감바에서 복귀한 김승용도 세트피스 키커로 주로 나서며 2골 4도움을 해내는 등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라냥도 두 골을 넣으며 분전하는 등 울산 공격 자원들은 누구나 골을 넣을 수 있는 힘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에는 '한국형 외국인 선수'로 불리는 미드필더 에스티벤의 소리없는 지원이 컸다. 중앙 미드필더인 에스티벤은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심장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한때 김 감독의 마음을 읽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우승을 위해 희생을 택했다.
골 넣는 수비수들도 무시할 수 없다. 세트피스 때면 뒤에서 뛰어들어오는 곽태휘, 이재성, 강민수(이상 각 1골) 등 튼튼한 중앙 수비진의 존재가 상대팀에는 위협 그 이상이다. 울산의 우승에 대한 자신감이 괜한 것이 아닌 것이다. 골키퍼 김영광도 네 경기를 무실점 막아내며 특유의 화려한 선방으로 첫 우승으로 향하는 디딤돌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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