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SK 덕아웃 곳곳에서 '어게인 2007'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2007년은 SK에게 기적의 실현이었다. 당시 SK는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플레이오프서 한화를 꺾고 올라온 두산과 만났다. 그런데 1, 2차전에서 내리 2패를 당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시리즈 2패를 당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 이전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SK는 3차전부터 내리 4연승을 거두면서 우승 반지의 주인공이 됐다. 그야말로 초인적인 힘이었다.
위기가 다시 찾아왔다. SK는 올 시즌 한국시리즈서 삼성에 먼저 2패를 당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에 모두 승리한 팀의 우승 확률은 93.3%. 이만수 감독은 "우리가 이길 확률이 7%라고 한다. 1%보다 높은 확률 아닌가"라며 "2007년 2패 후 4연승 했다. 그게 우리 팀이다"라고 긍정적인 기억을 강조했다.
기적을 직접 일궈낸 선수들도 2007년을 떠올렸다. 당시 SK는 선발 로마노와 톱타자 정근우의 활약으로 3차전을 가져오며 반격을 개시했다.
정근우는 앞서 치른 1, 2차전 내내 한 번도 출루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3차전 정근우의 출루로 막혔던 SK 공격 활로가 시원하게 뚫렸다. 1회초 빗맞은 행운의 중전안타로 출루한 정근우는 조동화의 땅볼 때 3루까지 달렸다. 이어 김재현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SK는 이날 장단 16안타를 몰아치며 9-1 완승을 했다. 잠잠하던 기동력이 순식간에 살아났다. 단 한 경기로 그동안의 모든 고민이 해결됐다.
2007년을 또렷이 기억하는 정근우는 '3차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얼마나 터져주느냐가 관건이다. 2007년 당시 난 2차전까지 9타수 무안타였다. 그런데 첫 타석에서 안타에 이어 득점까지 성공했다. 선취점이 분위기를 가져오는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어게인 2007'을 위해서는 이번에도 역시 선취점이 중요하다.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해야 반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근우는 "2패를 당하다 선취점을 올린 뒤 선수들 사이에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올해도 그 분위기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SK는 이번 시리즈서 모두 선취 득점에 실패했다. 3차전은 선취점 싸움이 먼저다.
SK는 27일 예정됐던 3차전이 비로 취소돼 하루의 시간을 더 벌었다. 여러모로 긍정적인 신호다. 정근우는 "비가 고맙다. 하루 더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2007년과는 달리 올해 정근우는 한국시리즈 타율 5할7푼1리(7타수 4안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정근우보다는 뒤를 받치는 중심타선의 부활이 시급해 보인다. 그래도 톱타자 정근우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5년 전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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