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19일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둔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 덕아웃. 양승호 감독에게 4차전 선발에 대한 질문이 날아들었다. 양 감독은 "4차전 얘긴 내일 합시다. 오늘 생각만 해도 머리가 터지는데"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롯데에게는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당장 눈 앞의 경기를 잡아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2승1패를 기록 중인 4차전을 앞두고도 마찬가지다. 5차전은 없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
3차전에서 4-1로 승리한 뒤 양 감독은 "우리가 1차전을 졌을 때 2차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여기까지 왔다"며 "내일 무조건 끝내야 한국시리즈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말하며 4차전 필승 의지를 다졌다.
롯데는 1차전에서 SK 마운드를 전혀 공략하지 못하고 1-2로 패했다. 2차전에서도 6회말까지 1-4로 뒤지고 있었다. 7회초 4-4 동점을 만들자 7회말에는 4차전 선발로 염두에 두고 있던 김성배를 구원 등판시켰다. 2차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었다. 결국 롯데는 연장 10회초 정훈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5-4 역전승을 일궈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때도 마찬가지였다. 롯데는 먼저 2승을 하고 3차전을 패했다. 4차전에서도 8회초까지 0-3으로 뒤졌다. 롯데는 5차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총력전을 펴 8회말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0회말 상대 실책에 의한 결승점을 얻어내 4-3 끝내기 승리를 따냈다.
당시 롯데는 1차전 선발이었던 송승준을 0-2로 뒤지던 3회초부터 등판시켰다. 사흘밖에 쉬지 못하고 등판한 송승준은 4.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유먼이 남아 있긴 했지만 송승준의 투입은 4차전에서 끝내겠다는 승부수였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다. 롯데에게는 4차전을 내줘도 5차전이라는 기회가 있다. 하지만 롯데는 5차전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이번에도 여차하면 송승준까지 등판한다. 2차전에서 선발로 나서 90개의 공을 던졌던 송승준은 단 이틀 휴식하고 또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4차전 선발 진명호는 양승호 감독의 고육지책이다. 마땅히 내보낼 투수가 없다. 선발 자원 자체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매경기 총력전을 펼친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기존 필승 계투조 외에 송승준, 이승호가 줄줄이 대기한다. 포스트시즌 내내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김성배도 상황에 따라 짧게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롯데는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순위만으론 3위 두산, 2위 SK보다 전력이 뒤지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단기전이라는 변수 아래 두산을 물리쳤고 SK에도 2승1패로 앞서 있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롯데는 매경기 총력을 쏟아붓는 절박함으로 한국시리즈 문턱에까지 와 있다. 양승호 감독은 "믿을 만한 선발이 송승준, 유먼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도 다음 경기를 생각하지 않고 마운드를 짜내야 한다. 롯데가 펼치고 있는 '내일이 없는 야구'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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