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현역 시절 '왼발의 달인'으로 불렸던 전남 드래곤즈 하석주(44) 감독은 패배를 몰랐다. 명문 대우 로얄즈와 포항을 거치며 정상권 성적만 맛봤던 그였다. 국가대표로도 꾸준히 활약하며 늘 돋보이는 자리에서 화려한 생활을 했다.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 포항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뒤 경남FC, 전남을 거쳤다. 지난 2010년 12월 모교 아주대 감독 부임 후 두 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제조하며 지도 능력을 보여줬다.
그를 눈여겨본 전남은 이번 시즌 정해성 감독의 사퇴로 닥친 지도력 공백을 하주석에게 지휘봉을 맡겨 빠르게 메웠다. 강등권 탈출이 절실한 과제였기에 하 감독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더군다나 기업구단으로 스플릿 체제에서 그룹B(하위리그)로 떨어져 강등 싸움을 벌이고 있는 부분은 괴로움 그 자체다.
27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대전 시티즌과 K리그 33라운드를 치른 하 감독은 "우리보다 높은 순위고 승점 차도 나는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FC, 성남 일화가 그룹B의 강팀이라고 볼 때 이들이 다른 팀들을 이겨줘야 하는데 패할 때마다 속이 탄다. 우리와 경쟁하는 팀들에게 승점을 내주면 안된다"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하 감독은 상주의 K리그 잔여경기 거부 선언으로 나머지 팀들의 사실상의 승점차는 5점 이내라며 언제든 순위가 뒤집힐 수 있다고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식사도 잘 못한다. 이 기회에 살 빼려고 한다"라며 농을 던진 뒤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어제(26일)도 새벽 서너 시에나 잠이 들 정도였다. 고민이 많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라고 고백했다.
최악의 상황도 상정하고 있는 하 감독이다. 그는 "만약에 전남이 강등이라도 된다면 나는 괜찮지만 선수들이나 구단에 딸린 식구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라며 절박한 상황임을 토로했다. 시도민 구단보다 팀 해체 과정이 훨씬 쉬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하 감독이라 구성원 걱정부터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순위 싸움의 승부처로 이날 대전전, 34라운드 강원FC전을 꼽은 하 감독이었다. 그런데 전남은 대전에 0-1로 패했고 공교롭게도 이날 강원이 광주FC를 1-0으로 이겼다. 강원은 승점 28점으로 15위에 올랐고 전남(33점)은 13위로 내려앉았다. 불과 승점 5점 차다. 이미 상주전 2-0 승리까지 계산된 전남과 달리 강원은 일정상 아직 상주전이 포함되지 않은 승점이다. 사실상 승점 2점차다.
상황이 꼬이자 하 감독은 "강원전은 무조건 이겨야 된다"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무엇보다 선수단에 위기 의식이 없는 것 같다며 선수 각자가 정신을 차리기를 바랐다. 하 감독은 "선참급들만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어린 선수들도 팀 상황이 위기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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