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라이언킹' 이동국(33, 전북)은 26일 수원 삼성전을 앞두고 수많은 전화에 시달렸다. 자신이 이란 원정에 나서는 축구대표팀 명단에서 빠진다는 보도가 나간 뒤였다.
하필 승점 6점 이상의 효과를 내는 수원과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이동국 스스로도 마음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았댜. 하지만 그는 담담하게 지인들의 전화를 받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도 구단 프런트는 팀의 주포인 이동국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말도 걸지 못했다고 한다.
이동국은 이란전 대표팀 명단 제외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수원을 상대로 두 골을 터뜨리며 전북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프로데뷔 후 가장 껄끄러운 수비수로 생각하는 곽희주와의 경합을 견디며 이뤄낸 성과라 남달랐다.
전반 10분 에닝요의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넣었고 33분에는 보스나의 핸드볼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서 또 골망을 흔들었다. 페널티킥을 얻는 과정도 이동국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가 헛발질을 해 볼이 튄 것을 뒤에 있던 김정우가 슈팅했고, 보스나의 손에 맞으면서 명백한 득점 기회를 방해했다는 주심의 판단으로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경기 후 이동국은 페널티킥의 계기가 된 헛발질에 대해 취재진에게 "골을 넣지 못했지만 보스나가 핸드볼 파울을 범하면서 퇴장당했고 어쨌든 수적 우세로 우리가 이기지 않았느냐"라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이흥실 감독대행은 이동국의 대표 제외 이유가 시즌 일정에 따른 체력 저하 때문이라며 아쉬워했다. 이 대행은 "지난해 30라운드는 12월에 종료됐는데 올해는 그보다 경기가 더 늘었다. 당연히 선수들의 체력이 저하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이동국의 경기력에 기복이 있는 것을 환경적인 요인에서 찾았다.
이동국 스스로는 대표팀 문제에 대해 초연한 자세를 보였다. 그의 축구 인생에서 대표팀과의 인연은 불운의 연속이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대표팀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면 소속팀에서의 슬럼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게으른 공격수라는 이미지에 부상으로 매번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무너졌다. 굴곡진 축구인생을 경험했기에 앞으로 2년이나 남은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길게 보겠다는 것이 이동국의 판단이다.
오히려 스승 최강희 대표팀 감독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희생은 당연하다는 대범한 반응을 보여줬다. 이동국은 "2009년부터 감독님과 함께했다. 감독님의 신뢰에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뛰었다. 주위에서 이야기들이 많은데 감독님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감독님의 결단을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이번 대표 탈락을 자기 발전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여유를 과시했다. 한 번의 탈락에 조급해하지 않겠다는 이동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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