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팀의 책임자로서 상대에 농락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김기태 LG 감독이 전날 파격적인 '투수 대타' 기용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13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감독실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기분이 안 좋았다. 9회 최동수가 대타 나갈 때까지만 해도 끝까지 해보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SK 투수가) 박희수에서 이재영으로 바뀔 때부터 기분이 언짢았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놓고 다시 죽이는 상황? 나는 그렇게 느꼈다. 팀의 책임자로서 상대에 농락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LG는 12일 SK전서 0-3으로 뒤진 채 9회말 마지막 공격을 시작했다. 1사 후 이진영 타석 때 상대 투수가 박희수에서 이재영으로 바뀌었고, 이재영은 이진영을 외야 뜬공으로 잡아내 투아웃을 만들었다. 이후 정성훈이 이재영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고 출루하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이어 LG는 정성훈을 대주자 양영동으로, SK는 이재영을 정우람으로 교체했다. 그러자 LG가 박용택 타석에서 신인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세우는 의외의 선수 기용을 했다. 신동훈은 정우람에 공 4개 만에 삼진을 당하고 돌아섰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앞서 박희수를 이재영으로 교체할 때부터 이상 기류가 흘렀다. "(박희수와 이재영 중) 어떤 선수의 확률이 높겠나. 이재영이 잘 던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나?"라고 되물은 김 감독은 "만약 정우람의 세이브를 위해서라면 9회 무사에서 나왔을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박희수로 가야 맞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인 투수 신동훈의 대타 기용에 대해 "신동훈에게는 미안하다"고 전한 김 감독은 "마지막에 투수를 낸 것은 상대 벤치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때 같았으면 마지막까지 승부했겠지만, 만약 우리가 못 이기면 일침을 못 놓지 않나. 야구하는 사람들은 보면 다 안다. 놀리는 느낌, 기만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SK 벤치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하다. 하지만 그 죄송함을 알고도 했다. 팬들 앞에서 그런 결정을 했을 감독의 마음은 어떻겠나. 오늘의 1패보다 다음의 2승, 3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LG와 SK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장외 벤치 기싸움까지 더해져 더욱 긴장감이 흐르는 두 팀의 맞대결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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