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구원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초접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5일 세이브 선두의 얼굴이 바뀌었다. 이날 대구 LG전에서 1.1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31세이브째를 챙긴 오승환(삼성)이 세이브 부문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공동 2위인 프록터(두산)와 김사율(롯데, 이상 30세이브)을 1개 차로 따돌렸다.
'끝판대장' 오승환은 최근 무서운 기세로 세이브를 챙기고 있다. 지난달 8일 문학 SK전부터 등판한 8경기서 모두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 기간 중 9.1이닝 동안 5피안타 14탈삼진 3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소방수'다운 성적이 이어지고 있다. 오승환이 세이브 부문 단독 선두 자리에 오른 건 올 시즌 처음이다.
오승환은 시즌 41경기서 평균자책점 2.14에 WHIP 0.88을 기록했다. 이닝 당 주자를 한 명도 채 내보내지 않은 셈이다. 불같은 구위로 46.1이닝 동안 삼진을 67개나 잡았다. 여기에 소속팀 삼성의 기세가 대단하다. 최근 10경기서 7승을 챙기며 한국시리즈 직행을 향한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팀의 승리가 많을수록 세이브 기회도 잦기 마련이다. 올 시즌에도 구원왕 후보로 오승환을 점찍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즌 내내 세이브 선두를 달려온 프록터는 최근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최근 등판한 5경기서 1세이브를 거두는 데 그쳤다. 두산의 경기 내용상 세이브 기회가 일정하지 않은 탓에 구원왕 경쟁서 다소 손해를 보고 있다. 더군다나 5일 한화전에서 5-4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회말 김태균에게 2타점 역전 끝내기타를 맞고 팀 승리를 날려버리는 등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 점은 불안요소다.
한국 무대 첫 시즌인 올해 프록터는 전반적으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45.1이닝 동안 탈삼진 35개에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했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로는 다소 많은 볼넷 18개를 허용한 게 불씨로 작용했다. WHIP는 1.24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피안타 38개 가운데 장타가 5개(2루타 4개, 3루타 1개)에 불과하고, 피홈런은 하나도 없다. 경기 후반 큰 것 하나로 승리를 날릴 걱정은 덜어도 좋은 편이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두산의 막판 집중력이 프록터의 구원왕 경쟁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롯데 마무리 김사율은 소리 없이 세이브를 쌓고 있다. 오승환, 프록터같은 압도적인 구위는 없지만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최근 등판한 8경기 가운데 7경기서 세이브를 챙겼다. 꾸준함이 강점인 김사율은 39.1이닝 동안 홈런을 4개나 허용했으나 탁월한 제구력을 앞세워 볼넷을 7개만 내줬다. WHIP가 1.07로 경기 내용이 안정적이다.
지난해 오승환(47개)을 제외하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세이브왕은 26∼39세이브 사이에서 배출됐다. 2009년 이용찬(두산)과 에킨스(롯데), 2010년 손승락(넥센)은 나란히 26세이브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팀별로 22∼23경기를 남겨둔 올 시즌엔 40세이브 선에서 타이틀이 결정될 전망이다. 구원왕을 향한 세 소방수의 마지막 스퍼트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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