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이정민이 무려 9년 만에 선발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정민은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당초 전날 경기 선발로 예정됐으나 우천 취소되는 바람에 등판 기회가 날아가는가 했다.
그러나 이정민은 다음날인 이날 선발 투수 명단에 그대로 있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이)정민이 대신 다른 선수로 선발을 내지 않고 그대로 간 이유 중 하나는 선수 본인이 등판을 원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정민은 "등판일을 건너뛰지 않고 던지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양 감독은 "정민이처럼 고참 선수의 경우 등판이 연기됐다고 해서 컨디션 조절에 힘이 드는 경우가 잘 없다"며 "그런 부분도 있고 해서 믿고 맡겼다"고 했다.
이정민은 이날 양 감독의 기대와 믿음에 보답하는 멋진 투구를 보였다. 그는 8이닝 동안 95구를 던지면서 9피안타 1실점(1자책점) 6탈삼진으로 SK 타선을 거의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롯데 타선도 6회초 터진 홍성흔의 투런홈런(시즌 9호)을 포함해 득점 행진을 벌이며 8회까지 8-0으로 크게 앞서며 이정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정민은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아웃카운트 세 개만 더 잡았다면 지난 2002년 프로 데뷔 후 개인 최초로 무사사구 완봉승까지 달성할 뻔했다. 그러나 이정민은 임훈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하고 최정에게 2루타를 맞아 1실점한 뒤 정대현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왔다. 이정민이 덕아웃으로 들어갈 때 문학구장 3루 관중석에 있던 롯데 팬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경기는 결국 롯데의 10-1 승리로 끝났고 이정민은 승리투수가 됐다. 이정민이 마지막으로 선발승을 거둔 것은 지난 2003년 10월 2일 대구 삼성전이다. 당시 그는 5이닝 5피안타 3실점했고 롯데는 6-4로 삼성에게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당시 이정민이 거둔 승리는 이승엽의 기념비적인 홈런에 묻혔다. 그는 2회말 이승엽에게 당시 아시아 신기록이 된 56호 홈런을 허용했기 때문에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이승엽에게 몰릴 수밖에 없었다.
날짜수로 따지면 3천254일 만에 거둔 값진 선발 승리다. 또한 구원승을 포함해도 이날 SK전 승리가 878일 만에 거둔 승리다. 이정민이 마지막 거둔 구원승은 2010년 4월 4일 광주 KIA전이었다.
이정민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5이닝만 막자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한 이닝씩 막게 돼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직구 위주로 던졌는데 잘 통했다. 무엇보다도 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 정말 기쁘다"고 했다.
그는 지난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이 끝난 뒤 동료이자 선배 투수인 이용훈에게 '직구 스피드를 낮추고 타자가 칠 수 있는 공을 던지면서 범타를 유도하는 게 더 낫겠다'는 조언을 들었다. 당시 그는 4회까지 넥센 타선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는데 5회에 4실점하면서 무너졌다. 이정민은 "(이)용훈이 형이 해준 얘기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감사 표시를 했다.
이날 이정민과 배터리를 이룬 포수 강민호는 "직구가 좋았다. 타자와 상대할 때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자고 했는데 그 부분이 잘 맞았다"며 "(이)정민이 형이 리드대로 잘 따라줘 호흡이 잘 맞았다"고 오랜만의 선발승에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정민은 8회말부터 완봉승에 대한 기대를 했다.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사사구 완봉승도 충분히 노려볼 만했다. 주형광 투수 코치는 그 때 마운드에 올라 그에게 선택권을 줬다. 이정민은 "끝까지 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8회부터 완봉승에 대한 욕심이 생기긴 했다"고 웃었다.
그러나 이정민은 아깝게 완봉을 놓쳤다. 그는 "조금 아쉽지만 팀 승리가 우선이다. 팀이 중요할 때 이겨서 정말 기쁘고 내가 그 승리를 거둘 수 있게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 난다"며 "아내와 아이들이 생각난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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