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정민(33)은 팀 내에서 고참급이다. 이용훈(35)에 이어 나이가 두 번째로 많다. 불펜 대기조가 올 시즌 그가 맡은 보직이다.
그런데 이정민은 지난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1천082일 만에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는 기회를 얻었다. 당시 그의 등판에 대해 롯데 양승호 감독은 "임시 선발이지만 (이)정민이가 경험이 있기 때문에 5이닝은 충분히 책임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이정민은 4이닝까지는 완벽에 가깝게 넥센 타선을 막았다. 김민성과 이택근에게 각각 2루타와 단타만 허용했고 무실점 호투를 했다. 그렇지만 5회초 유한준과 김민성에게 연속안타를 맞으면서 흔들렸다. 결국 이정민은 5회를 넘기지 못하고 4실점한 뒤 이승호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왔다.
이 경기에서 롯데가 넥센에게 5-4로 역전승을 거둬 이정민은 패전은 면할 수 있었다. 그는 "5이닝을 채우고 내려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정말 미안했다"고 했다. 그러나 양 감독은 이정민의 투구에 대해 오히려 칭찬했다.
양 감독은 당시 "(이)정민이는 잘 던졌다. 5회에 4실점한 부분은 조금 아쉽지만 4이닝까지 상대 공격을 잘 막았다"며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 선발투수로 활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 감독의 얘기대로 이정민에게 두 번째 기회가 왔다. 그는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SK 와이번스와 경기에 열흘 만에 다시 선발로 나선다. 이정민은 넥센전 등판 후 "점수를 주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며 "오랜만에 선발로 나가 길게 던지는 게 낯설었던 이유도 있었다"고 아쉬웠던 부분을 전했다.
경남중-경남고-동아대를 나와 지난 2002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정민은 그 동안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했다. 프로 2년차 시절이던 2003년 10월 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에서는 선발로 나와 2회말 이승엽에게 아시아신기록이 된 56호 홈런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정민은 "덕분에 유명새를 좀 탔다"고 웃으며 돌아봤다.
이정민은 2005년 56경기에 나와 6승 7패 7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병역을 마친 뒤 팀 마운드의 허리를 든든하게 책임질 수 있는 선수로 꼽혔는데 그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어깨를 다친 그는 재활을 거쳐 팀 복귀한 이후 2010년 20경기, 2011년 9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 시즌도 지난 넥센전 선발까지 포함해 6경기에 나섰을 뿐이다. 부상 때문에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빠졌고 퓨처스리그에서 2012시즌을 시작했다.
이정민은 "내게는 이번에 주어지는 기회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선발이든 중간이든 팀이 원하는 역할에 맞게 던져야 한다"며 "선발로 나간다면 5이닝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을 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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