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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이정진 "베니스行, 결승전 오른 기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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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조민수 조합에 "나만 잘 하면 되겠구나"

[권혜림기자]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배우 이정진은 이번 영화를 "먹먹하다거나 답답하다는 말론 다 담을 수 없는 영화"라고 표현했다.

지난 27일 서울 삼청동에서 베니스행을 앞둔 이정진을 만났다. '피에타'로 이정진을 만났지만, 영화가 아직 국내외 어디서도 공식 상영되지 않은 만큼 작품에 대한 궁금증은 잠시 접어둬야 하는 시간이었다. "'이런 영화다'라고 말할 수 없어 갑갑하다"면서도, "영화가 공개되면 기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는 이정진의 얼굴에는 밝은 기운이 넘쳤다.

◆김기덕·조민수 조합에 "나만 잘 하면 되겠구나"

"깜짝 반전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아직 자세한 흐름이나 결말을 밝힐 수는 없어요.(웃음) 김기덕 감독의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 유쾌하기보다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죠."

김기덕 감독은 영화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백지같은 배우"라는 말로 이정진을 캐스팅한 까닭을 밝혔다. 조재현, 장동건, 재희, 주진모 등 김기덕 감독의 페르소나로 활약한 배우들은 제각기 특색 있는 연기로 영화를 빛냈다.

또 한명의 '김기덕의 남자'로 비춰지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법도 한데, 이정진은 특유의 소신있는 말투로 "그런 이야기는 영화를 찍은 뒤 나온 것들이니, 작업 중에는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냥 '또 한 작품 들어가는구나'하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고도 말했다.

이어 그는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민수, 모두 잘 하는 사람들이니 기대가 됐고 나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피해를 줄지 어쩔지는 모르지만 우선 즐거웠다"고 작업 당시를 떠올렸다.

"'피에타'의 시나리오를 받고, 험하겠지만 확실한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모호하지 않은거죠. 주인공 강도는 우리가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받는 것들, 예를 들면 가족이나 의무교육과 같은 것들로부터 전혀 선택받지 못한 인물입니다. 그런 친구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야기죠. 저런 괴물 혹은 악마를 만든 것이 이 사회의 모두가 아닐까 생각해요. 태어난 게 아니라 만들어진 인물이죠. 대한민국, 혹은 더 넓은 사회, 현 시대가 낳은 캐릭터고요."

◆"김기덕 감독 영화, 모두 인상적이었다"

MBC 드라마 '9회말2아웃'에선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훈남'을, KBS 2TV 드라마' 도망자 플랜B'에선 열혈 형사를 연기했던 이정진이다. 지난 2011년 개봉해 호응을 얻었던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선 다소 까칠하지만 매력 넘치는 라디오PD를 연기했다. 한번쯤은 혹평을 얻거나 연기력 논란에 휘말릴 법도 한데, 이정진은 큰 흔들림 없이 제 자리에서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사실 그것도 참 복받은 거에요. '이 길로 이렇게 가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닌데 운 좋게 작품이 그때 그때 제게 와 줬죠. 일단 관객이 많든 적든 BP(손익분기점)는 넘는 배우가 됐고요.(웃음) 이번 영화를 하면서는 '톤이 너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원더풀 라디오' 후 로맨틱코미디물 제의를 정말 많이 받았는데, '김기덕 감독 영화를 하겠다'고 했더니 다들 놀랐던거죠."

1천300여 장의 DVD와 블루레이 타이틀을 소장하고 있다는 이정진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은 영화를 즐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특별히 좋아했던 작품이 있는지를 묻자 "인상깊지 않은 작품이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모두 임팩트있는 작품들이었어요. 한번은 제가 감독님께 물었죠. '감독님 영화를 불편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감독님의 성격에는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은데 왜 그런 영화들을 주로 찍냐'고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영화는 남들이 많이 찍지 않냐'고 답하셨어요. 현실에 있지만 사람들이 손대지 않는, 인간의 악에 대해 말하고 싶으셨던 거죠."

◆"베니스 초청, 결승전 오른 기분…의상 협찬도 다르더라"

베니스 출국을 앞둔 소감을 묻자 그는 "스포츠로 친다면 우선 예선에 통과하고 결승전에 올라간 기분"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해외 영화제가 처음이니 기념품을 많이 사 올 것"이라며 소박한 계획을 전했다.

"외국 배우들이나 가수들이 모인 파티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들은 제가 누군지 모르니 '너 왜 왔니'하고 물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번엔 설명을 할 필요가 없는 거에요. 자만이나 건방이 아니라, 저 쪽이나 저나 모두 작품으로 잔치에 초대받은 거잖아요. 상을 누가 받든 간에 마찬가지죠."

이정진은 베니스 레드카펫을 밟기 전부터 해외 유수의 명품 브랜드로부터 협찬 러브콜을 받으며 달라진 대우를 실감하고 있다.

"남자 배우들도 시상식에 가려면 의상을 고르잖아요. 좋은 의상은 한정돼 있고 서로 입으려고 안달이죠. 뭘 입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브랜드 해외 본사에서 한국으로 의상을 보내준다고 먼저 연락이 오더라고요. 남자 턱시도가 수천만원대를 호가하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웃음)"

'피에타'는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상을 말한다. 영화는 악마 같은 남자 강도(이정진 분) 앞에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 분)가 찾아오면서 서서히 밝혀지는 비밀, 두 남녀가 겪게 되는 혼란을 담았다.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제3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20회 함부르크영화제, 제45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잇단 초청돼 기대를 높이고 있는 '피에타'는 오는 9월6일 국내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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