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이제야 내 공에 만족합니다."
두산 김선우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기억도 지난 일. 지난해 한창 좋았을 때의 투구 모습을 되찾았다. 시즌 초반 7점대를 상회하던 평균자책점은 어느덧 4.76까지 낮아졌다. 여름 들어 급피치를 올린 덕분이다.
김선우는 7월부터 등판한 9경기서 3승4패 평균자책점 2.90이란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59이닝 동안 볼넷을 9개만 허용할 정도로 정교한 컨트롤이 빛났다. 이 기간 중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보다 뛰어난 '7이닝 이상 2자책 이하'를 5차례나 마크했다. 2차례를 제외하곤 매번 QS를 기록했다.
변신의 계기는 복합적이다. 김선우는 우선 "김진욱 감독님의 믿음 덕분"이라고 했다. "시즌 초반 마운드에만 서면 '박살'이 났다. 맞는 건 둘째 치고 내가 던지는 공을 나도 납득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런 나를 꾸준히 1군 마운드에 기용하셨다. 최근 살아난 건 전적으로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용찬 등 젊은 후배 투수들의 급성장이다. 김선우는 "내가 지금까지 에이스 역할을 해야 했다면 정말 부담이 컸을 것이다. 나 혼자 막기도 바둥바둥했을 것"이라며 "(이)용찬이와 (노)경은이 등 '영건'들이 정말 잘 해주고 있다. 덕분에 내 어깨가 무척 가벼워졌다. 내가 부진했을 때 이들이 공백을 메워준 것도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선우는 요즘 마음이 편하다. 성적이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공을 드디어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투수는 항상 잘 던질 수만은 없다. 마운드에서 얻어맞을 때도 있다. 중요한 건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공을 던지는 거다. 요즘은 그게 된다. 마음이 한결 편해진 이유"라고 덧붙였다.
두산 선발진은 올 시즌 삼성과 함께 8개 구단 최강으로 손꼽힌다. 김선우를 비롯해 니퍼트-이용찬-노경은-김승회가 톱니바퀴처럼 로테이션을 구성하고 있다. 5선발 김승회의 경우 최근 4경기 연속 6이닝 이상 마운드를 책임졌다. '타선의 뒷받침만 있었다면 5명 모두 10승 투수로 등극할 수 있었을 것'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7일 현재 두산 투수진 중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선수는 니퍼트(11승)뿐이다.
그렇지만 시즌 마지막 달을 남겨두고 두산에 고무적인 건 김선우가 '마운드의 기둥'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김선우는 "(16승을 거둔) 지난해 모습을 되찾았다. 요새는 손에서 공을 채는 느낌이 살아 있다"면서 "시즌 마지막 달,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그간 못했던 몫을 한꺼번에 해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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