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본의 아니게 악역이 된 박경훈 제주 감독이었다. 인정 많은 박 감독이지만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2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30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승점 1점을 획득한 제주(43점)는 7위를 유지했지만 8경기 무승(4무4패)을 끊지 못했다. 또, 3위 수원 삼성(53점)과의 승점 격차가 10점으로 벌어지는 등 선두권 싸움에서도 밀렸다.
갈 길 바쁜 제주였기에 인천의 사정을 생각해줄 여유는 없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 수비에 중점을 두고 빠른 공격을 유도했다. 이겼으면 좋았겠지만 그나마 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다"라고 이날 경기를 자평했다.
이어 "인천과 김봉길 감독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라며 안타까워하면서도 "승부의 세계에서는 승점이 필요하다.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인천은 이날 제주에 이겼다면 8위를 차지해 상위 스플릿에 들 수 있었지만 무승부에 그치며 9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인천 김 감독은 제주 박 감독의 전남 드래곤즈 코치 시절 제자였다. 그래서 마음이 더 쓰일 수밖에 없었다.
상위 그룹에 살아남은 제주의 과제는 선두권과의 격차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있다. 특히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을 수 있는 3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박 감독은 "매경기 6점짜리 경기다. (3위에) 승점이 10점 뒤지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3위권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방울뱀 축구를 완성해 감동을 안기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30라운드까지의 여정도 정리했다. 박 감독은 "10라운드까지는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후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바닥까지 왔다.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수비 안정을 취하겠다"라고 팀 재정비를 예고했다.
또, "상위팀 간의 경기에서는 특정 한 팀이 목표가 아닌 모든 팀을 이기겠다. 공수 균형 훈련을 통해 향상된 모습으로 선두권에 도전하겠다"라고 말했다.
부상 당한 산토스에 대해서는 오는 9월 1일 FA컵 4강전부터 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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