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오늘은 세리머니 한 번 해야죠."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지난해 감독대행을 맡은 이후부터 올해 정식 사령탑에 오른 뒤 라이벌 수원 삼성에 3연패(FA컵 포함)를 기록하고 있었다. 단순히 3패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패했다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
최 감독은 골이 터지면 기술지역을 벗어나 선수들이 있는 곳까지 달려가 골 세리머니에 동참하는 열정을 보여주기로 유명하다. 비가 퍼부어도 상관없다. 한 벌 옷값이 만만찮은 명품 정장이 찢어지더라도 선수들과 호흡을 위해서라면 열정적인 세리머니를 함께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수원전에서는 골 세리머니를 해보지 못해 속이 상해 있다.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2 K리그 28라운드에서 수원을 다시 만난 최 감독은 "내 자존심을 버렸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경기가 잘못 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지만 그간 준 게 있으면 받아와야 되지 않겠느냐"라며 필승을 예고했다.
세리머니 할 상황이 오면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 최 감독의 의지였다. 서울은 수원에 최근 5연패를 기록하는 동안 4경기 연속 영패를 면치 못했다. 어떻게든 이겨보겠다는 것이 최 감독과 서울 선수단의 마음이었다.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데얀에 대한 믿음도 드러냈다. 최 감독은 "데얀이 알아서 잘 한다고 하더라"라며 수원전 약세를 그의 골로 이겨낼 것으로 믿었다.
뚜껑을 열자 서울은 기대했던 대로 수원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전반 7분 페널티킥으로 라돈치치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볼 점유율에서 62%-38%로 압도적으로 앞서는 등 이길 수 있는 경기 내용을 보였다. 슈팅도 12-4로 절대 우세였다. 골대도 두 번이나 맞힐 정도로 정확도도 나쁘지는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수원의 수비는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고 서울은 골운이 지독히도 따르지 않았다. 결국, 후반 20분 최 감독은 데얀의 슈팅이 수비에 맞고 나오자 답답했는지 붉은색 넥타이를 풀어버렸다. 이후 36분 수원의 역습 상황에서 라돈치치에게 한 골을 더 내주자 어이가 없다는 듯 그라운드만 멍하니 응시했다. 수원에 0-2로 패하며 또 골 세리머니 한 번 펼쳐보지 못하고 고개 숙인 최 감독. 다음 겨루기에서는 세리머니를 할 수 있을까.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