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살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그 속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한화 이글스의 외야수 오재필(30)이 위기 속 팀을 건져올렸다. 오재필의 활약에 한화는 노히트노런의 위기에서 벗어났고 연패에서도 탈출할 수 있었다.
오재필은 1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7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오재필은 오랜만에 1군 엔트리에 등록돼 선발 출전의 기회까지 잡았다.
오랜만의 출전은 그에게 절박함으로 다가왔다. 첫 두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오기가 생겼다. 삼진 세 번은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오재필이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서던 7회말 2사까지 한화는 넥센 선발 강윤구에게 노히트노런을 당하고 있었다. 안타 하나 없이 볼넷 4개만을 얻어냈고 삼진은 무려 10개를 당했다. 그 중 2개가 오재필 자신이 당한 삼진이었다.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렸다. 그러나 오재필은 끝까지 집중해 강윤구의 3구째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터뜨렸다. 잘 던지던 강윤구는 투구수 115개를 기록하고 있던 부담 때문인지 첫 안타를 맞은 후 그대로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말았다.
강윤구를 끌어내린 한화는 8회말 2득점하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맞은 9회초 공격. 오재필은 이번에 선두타자로 등장해 기습 번트를 댔다. 타구를 잡은 박병호가 태그를 시도했지만 전력질주하던 오재필은 라인 바깥쪽으로 절묘한 슬라이딩을 하며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오재필의 기습적인 번트 안타로 무사 1루의 찬스를 잡은 한화는 고동진의 볼넷에 이은 오선진의 2타점 3루타로 4-2 역전에 성공했다. 오재필의 안타가 승리의 디딤돌이 된 것. 역전 승리를 거둔 한화는 5연패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었다.
경기 후 오재필은 "노히트노런을 의식하지는 않았고 살아나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첫 안타 순간을 떠올렸다. 9회초 시도한 기습번트 역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상대의 허를 찌른 시도였다.
1루로 살아나가야겠다는 것이 '살겠다'는 오재필의 첫 번째 의미다. 그렇다면 두 번째 의미는 무엇일까.
오재필은 이날 오랜만에 1군 무대를 밟았다. 시즌 전 누구보다 열심히 스프링캠프를 소화해냈다. 그러나 어깨 부상을 당하며 1군 무대를 밟는 것이 더뎌졌다. 5월말에야 1군에 올라왔지만 6월초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거의 두 달이 다 돼서 다시 밟은 1군 무대. 감회가 남달랐을 오재필은 "1군에 올라오면서 무조건 버텨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이제 나이도 있는데 그동안 제대로 보여준 것도 없다. 이제는 어떻게든 버티며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살겠다'는 두 가지 의미.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첫 번째 의미는 실현시켰다. 이제는 두 번째 의미가 남았다. 1군에서 살아남겠다는 오재필의 소박하면서 절박한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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