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오만한 영국의 자존심을 뭉갠 지동원(22, 선덜랜드)의 한 방이 빛났다.
지동원은 4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 영국 단일팀과의 경기에 선발 출장해 전반 28분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영국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영국은 당황했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애매한 판정으로 얻은 두 차례 페널티킥 가운데 1골을 성공시켜 따라붙기는 했지만 지동원의 선제골은 워낙 강렬했다. 영국을 침몰시키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한국의 자긍심을 지켜낸 골이었다.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국은 영국을 물리치고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동원의 골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지난 시즌 소속팀 선덜랜드에서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 경기 감각,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지동원이었다. 올림픽 대표팀 주전 경쟁에서도 밀렸다. 그런데 첫 번째로 선발로 나선 영국전에서 소중한 골을 넣었다. 지동원의 골을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 골은 홍명보 감독의 믿음과 지동원의 한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그런데 영국 현지 반응은 그리 놀라는 눈치가 아니다. 지동원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선수라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동원이 골을 넣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 놀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나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더욱 놀랄 일이 아니다.
영국 축구가 한국에 일격을 당해 침몰한지 하루가 지난 5일, 영국의 '메트로'는 "지동원이 영국전에서 골을 넣은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특히나 맨체스터 시티 팬들은 지난 시즌 지동원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울 수 없는 기억이다. 지동원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이런 모습이 지난 밤 영국전에서 다시 한 번 나타났다"고 해설했다.
지난 1월1일 당시 프리미어리그 1위를 달리던 맨체스터 시티는 19라운드에서 리그 15위 선덜랜드에 덜미를 잡혀 0-1로 졌다. 1위를 질주하던 맨체스터 시티를 멈추게 한 '주인공'이 다름 아닌 지동원이었다.
지동원은 후반 33분 교체투입돼 후반 추가시간 골키퍼까지 제치며 극적인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그야말로 드라마와 같은 장면이었다. 맨체스터 시티 팬들은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선덜랜드 팬들은 환호했다. 당시 골 세리머니 과정에서 선덜랜드 한 남성 팬이 지동원에게 키스 세례를 퍼부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경기는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경기'로 선정되기도 했다.
1위 맨체스터 시티의 침몰을 기억한다면, 그 때 결승골의 주인공이 누군지 되새긴다면, 지동원이 영국 단일팀의 심장에 비수를 꽂은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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