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2012년 7월26일, 3일차
빗방울이 자취를 감춘 런던의 하루가 다시 시작됐다. 뜨거운 햇빛을 벗 삼아 올림픽파크로 향했다.
오전에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박태환의 마지막 공개 훈련을 보고 MPC(메인 프레스 센터)로 이동했다. 물론 MPC까지 걸어가는 무모한 짓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빨간 색 미디어 버스를 타고 안전하고 여유롭게 MPC에 도착했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오후에 있을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경기를 MPC에서 관전할 예정이었다. 이날 홍명보호는 멕시코와 B조 예선 1차전을 치른다.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30분에 경기가 시작된다. 점심을 먹고 경기가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개인 노트북이 아닌 MPC에 마련된 데스크탑 컴퓨터로 향했다.
이 컴퓨터는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설치한 컴퓨터다. 따라서 이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런던 올림픽과 관련된 정보를 찾는 것이다. 다른 사이트는 접속을 할 수 없다. 오직 조직위가 마련한 런던 올림픽 사이트만 열람할 수 있다.
이곳에는 모든 정보가 다 있다. 경기 일정, 경기 결과, 선수 정보까지. 런던 올림픽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그래서 런던 올림픽 자료를 찾기 위해 많은 기자들이 이 컴퓨터를 이용한다.
기자는 이 컴퓨터로 한국 축구대표팀을 검색했다. 조직위가 한국 대표팀을 어떻게 소개해 놓았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18명의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사진과 함께 소개가 돼 있었다. 부가 설명이 긴 선수가 있는 반면 아무 설명도 없는 선수도 있었다.
18명의 선수들을 모두 클릭해서 소개를 읽어봤다. 읽다보니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바로 태극전사들의 '별명 열전'이었다. 조직위는 한국의 몇몇 선수들의 별명을 기재해 놓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별명도 있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아주 재미있고 기발한 별명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조직위가 야침차게 준비한 태극전사들의 별명을 소개하려 한다.
조직위는 박주영의 별명을 'Asian Roberto Baggio'라고 설명했다. 이전에 많은 외신들이 박주영을 향해 이탈리아 축구영웅 로베르토 바조를 빗대 '아시아의 로베르토 바조'라고 보도했던 것을 인용한 것이다. 이어 박주영의 취미는 태권도이고 박주영의 축구 영웅은 지네딘 지단과 티에리 앙리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성용을 향해서는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기라드'라는 별명을 기재했다. 기라드란 기성용과 잉글랜드 축구 스타 스티븐 제라드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조직위도 기성용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제라드라고 설명했다. 또 조직위는 기성용이 포츠머스, 아인트호벤, 함부르크, 포르투 등의 제의를 받았지만 결국 셀틱으로 갔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기자도 몰랐던 별명도 있었다. 바로 구자철의 별명이었다. 구자철의 별명란에 쓰여 있는 글씨는 'Yoo Sangmu'였다. 유 상무? 유 상무가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했다. 모르는 단어일 수도 있어 영어사전을 찾아보기도 했다. 이런 단어는 없었다. 그래서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보기로 했다. 그제야 알게 됐다. 'Yoo Sangmu'의 진실을.
유상무는 유상무였다. 바로 개그맨 유상무, 그 유상무상무였다. 왜 구자철의 별명이 유상무일까. 구자철이 유상무와 닮은 외모를 지녔다고 해서 유상무라고 한다. 두 사람이 닮았다는 생각을 전혀 해보지는 않아서 이런 난관에 부딪친 것이다. 풀리지 않을 것만 같던 유상무 퍼즐이 풀리자 마음 편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남태희는 '코리안 메시', 오재석은 '오반장', 김보경은 '왼쪽의 지배자'로 표현돼 있었다. 태극전사들의 별명까지 신경 쓰는 조직위의 정성과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선수들 별명을 보다보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홍명보 감독의 별명을 뭐라고 써놨을까. '영원한 리베로', '엘라스틴 전지현 머릿결' 등을 상상했지만 안타깝게도 코칭스태프에 대한 부가 설명은 없었다.
<④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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