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순위가 바뀔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1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를 앞두고 '올 시즌 전반기 4강 안에 든 소감이 어떠냐'는 취재진 물음에 '발끈'했다.
김 감독은 "4위와 3위는 어감이 다르지 않느냐"며 "아직 전반기 순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넥센과 롯데는 이날 서로 처지가 조금 달랐다.
롯데는 이날 경기 승패에 상관 없이 전반기 2위를 확정했지만 넥센은 만약 진다면 다른 팀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충분했다. 넥센은 이날 롯데에게 5-3으로 이겨 40승 2무 36패를 기록, 삼성 라이온즈(45승 2무 31패)와 롯데(40승 4무 34패)에 이어 순위표 세 번째 자리에 오르면서 전반기를 마감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밝은 표정으로 얘기를 꺼냈다. 그는 "3위로 전반기를 마쳤고 그리고 이번 롯데와 3연전에서 2승을 거뒀는데 모두 역전승이었다"며 "선수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고 결과에 흡족해 했다.
김 감독은 "오늘 경기는 팀이 앞으로 하게 될 지 모르는 가을야구에 대비한 모의고사와 같았다"며 "투수 운영에서 조금 변화를 줬다"고 덧붙였다.
넥센은 이날 5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김 감독은 "평소와 다르게 투수 교체 타이밍을 조금씩 앞으로 당겼다"고 설명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 대한 밑그림을 롯데전에서 그려본 셈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 모두 전반기 잘 달려왔다.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 모두 수고가 많았다. 특히 스프링캠프 때부터 최선을 다해 지원해준 프런트에게 특히 고맙다"고 했다.
김 감독이 꼽은 전반기 팀의 최대 고비는 언제일까. 김 감독은 "팀이 8연승도 거뒀지만 그 직전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 때 흔들렸다면 지금 위치에 오르기 버거웠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넥센은 지난 5월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부터 23일 잠실구장에서 치른 LG 트윈스전까지 8연승으로 신바람을 냈는데 그에 앞선 5월 초부터 8일까지 1승 1무 5패로 부진했다.
그는 부상 선수가 많이 나오지 않은 부분도 팀이 지난 시즌과 견줘 좋은 성적을 낸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김 감독은 "송지만 등이 현재 전력에서 빠진 상황이지만 시즌 초반 김민성과 문성현이 다쳤을 때 그 공백을 잘 메운 선수들이 있었다"며 "그리고 브랜든 나이트와 앤드류 밴 헤켄도 1, 2선발 노릇을 잘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모든 선수가 각자 맡은 부분에서 역할을 다했기 때문에 수훈선수"라며 "그래도 굳이 한 명을 꼽자면 서건창"이라고 말했다. 서건창은 시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치른 연습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김민성 대신 2루수로 출전하면서 그 빈자리를 잘 메웠고 올 시즌 전반기 넥센의 최고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서)건창이의 눈빛을 봤다. 정말 '절실하게 야구를 해야겠다'는 그런 의지가 담겼다. 다른 선수들과 견줘 좀 더 힘든 과정을 거쳐 팀에 입단했는데 자리를 잡고 제몫을 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 감독에게 '전반기 결산에 대해 100점 만점 중 몇 점을 주고 싶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전반기 팀은 100점'이라고 했다.
김 감독도 그 얘기를 전해듣자 "그럼 우리 팀도 100점 만점에 100점을 줘야겠죠"라고 웃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김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가 끝난 뒤 바로 치르는 KIA 타이거즈와 3연전에 대해 벌써부터 걱정했다.
김 감독은 "상대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오는 경기"라며 "우리도 그렇고 KIA도 마찬가지다. 후반기 첫 3연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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