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박정권(SK)의 살아난 타격감, 비결은 주장 완장까지 내건 자존심 싸움 덕분이었다.
시즌 개막 후 오랜 기간 박정권의 성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4월 16경기서 단 9안타에 그쳤고 타율은 1할5푼5리에 불과했다. 5월에는 18경기서 12안타 6타점 타율 2할1푼4리였다. 시즌 첫 홈런도 개막 후 한 달이 훌쩍 지나서야 터졌다.
계속되는 부진 때문에 한때 2군행을 통보받기도 했다. 절치부심한 박정권의 방망이가 6월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1군 복귀한 3일 문학 KIA전에서 2안타 활약을 시작으로 6월 19경기서 69타수 20안타 타율 2할9푼을 기록했다. 홈런도 4개나 때려내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다. 5월 3할4리에 그쳤던 장타율이 6월에는 5할7리까지 올라갔다.
22일 광주 KIA전에는 한 경기서 홈런 두 방을 때려내며 장타 갈증을 날렸다. 한 경기 2홈런은 2010년 4월 25일 문학 롯데전 이후 789일 만이다. 박정권은 "지난 20일 롯데전에서 센터 방향으로 친 홈런 이후 타격 컨디션이 괜찮았다"고 말했다.
김경기 타격코치도 박정권의 타격 상승세를 인정했다. 김 코치는 "타격감이 많이 올라왔다. 그동안 안타가 안 나왔을 뿐이지 감각은 괜찮았다. 롯데전 홈런 이후 확실히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김 코치는 홈런보다는 20일 홈런을 치기 전 때린 안타를 주목했다. 박정권은 2-0으로 앞선 4회말 무사 1루서 롯데 선발 이상화의 초구를 노려쳐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이후 다음 타석이던 6회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날렸다. 김 코치는 "홈런 전 안타를 칠 때 느낌이 왔다. '찾았다' 싶었는데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치더라"라며 흐뭇해했다.
김 코치는 "박정권이 2할2푼대 타자는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김 코치는 유독 부진을 떨치지 못했던 박정권 탓에 마음고생이 컸다. 박정권이 지난달 2군행을 통보받았을 때 김 코치는 2군 타격을 담당하고 있었다.
김 코치는 "2군에서 (박)정권이와 같이 지내다 며칠 후 1군으로 올라왔다. 당시 정권이의 타격에 신경을 많이 썼다. 생각보다 페이스가 더뎌 걱정될 정도였다. 정권이가 입단 9년차다. 성격이나 스윙 메커니즘, 타이밍과 폼 등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 다행히 롯데전에서 그 모습을 찾았다"고 전했다.
박정권의 부진이 길어지자 김 코치는 주장 완장 반납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학 롯데전을 치르기 전 휴식일이던 18일, 김 코치는 박정권과 식사 자리에서 어려운 말을 꺼냈다. "부담 되면 주장 자리를 내려놓고 경기에만 집중할래?" 그러나 박정권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있습니다. 제가 극복해보겠습니다"라는 의지를 전했다.
그리고 박정권은 자신의 의지를 그라운드에서 보여줬다. 정우람 박희수의 부상 이탈로 불펜진에 구멍이 나 힘겨운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는 SK. 주장 박정권의 타격 부활은 어느 때보다 반가운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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