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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1할5푼7리' 박정권, 주장 부담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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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기자] 팀 타율 2할4푼6리(6위)로 타선 침체를 겪고 있는 SK에서도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깨어나지 않는 박정권의 방망이다. 20경기서 11안타밖에 못쳐 타율 1할5푼7리. 아직 홈런은 나오지 않았고, 2루타도 단 1개만 쳐냈다. 출루율 2할2푼4리, 장타율은 1할7푼1리에 머물렀다.

와이번스의 '해결사' 박정권의 초반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다. 마지막 멀티 히트를 기록했던 4월 17일 롯데 사직전 이후 12경기서 총 4안타, 타율 1할3리에 허덕이고 있다. 2009년 이후 시즌 초반, 이 정도의 내림세는 처음이다.

혹시 주장 완장의 무게가 너무 무거운 것은 아닐까. 박정권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손을 내저었다. 최근 슬럼프는 주장을 맡은 것과 관계없는 일시적인 부진이라는 뜻이었다.

6일 롯데전을 앞두고 반대편 덕아웃에서 홍성흔을 만났다. 지난해 롯데 주장을 맡았던 홍성흔은 올 시즌을 앞두고 주장 완장을 김사율에게 넘겼다. 그는 "이제야 말할 수 있다"면서 "주장 부담이 무척 컸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주장은 내 성적과 팀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자리다. 타격만 신경 써도 부족한데 선수, 코치, 감독, 구단 등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부담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부담은 몇 배로 커진다. "성적이 바탕이 돼야 말도 통한다. 그게 안되니 스트레스가 커진다. 그래서인지 주장을 맡은 선수들의 80∼90%는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는 것 같다. 자기가 안 좋아도 늘 파이팅을 외쳐야 하고, 경기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 만약 내가 병살타를 쳐 팀이 졌다면? 할 말이 없는 거다."

홍성흔은 "(박)정권이도 많이 힘들 것이다. 타율이 1할인데 마음 편한 사람이 어디 있나. 지금은 그저 참는 수밖에 없다. 팀의 리더인데, 그 자리가 부담스럽다고 말하면 안된다. 시간이 흐른 뒤 나중에는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작년에 무척 힘들었다. 지금 정권이를 보며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후배를 다독였다.

롯데의 새 주장인 김사율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성적이 안 좋을 때 부담이 더 커진다. 작년까지만 해도 단순하게 생각했던 문제들이 이제는 주장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SK는 최근 박정권뿐 아니라 정근우, 박재상, 안치용 등 주전 선수들의 동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행히 이호준, 박재홍 등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으로 상위권은 지키고 있지만, 이들의 활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현대 시절부터 넥센까지 5년 동안 주장을 맡은 적이 있는 이숭용 XTM 해설위원도 "주장은 쉬운 자리가 절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이 위원은 "아무래도 경기 외적으로 신경 쓸 일이 많다. 선배와 후배, 팀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다. 다행히 SK는 팀 성적이 좋지 않나. (박)정권이도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 팀 성적까지 안 좋으면 스트레스는 더 심하다"면서 주장의 고충을 전했다.

반면 5년 동안 팀의 리더로 지내며 얻은 소득도 높았다고 했다. 이 위원은 "주장을 맡으며 인생 공부를 많이 했다. 소통을 배웠고, 인내를 알았다. 은퇴 후 돌아보니 그게 나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변해있더라. 그런 의미에서 주장은 매력적인 자리다. 남자라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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