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17일 대전 시티즌과 K리그 16라운드를 치른 전남 드래곤즈의 선발 출전 명단에는 골키퍼 이운재(39)가 빠져 있었다.
이운재는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선발 골키퍼로는 22세의 '젊은 피' 류원우가 출전했다. 이운재는 올 시즌 전남의 정규리그 15경기를 모두 뛰었다. 정해성 전남 감독의 '절대 신뢰'를 받고 있는 간판 수문장이다. 그런데 이운재가 빠지고 류원우가 올 시즌 처음 전남 골문을 지킨 것이다.
정해성 감독은 왜 이운재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시켰을까. 경기력, 부상, 류원우의 성장 등의 이유가 아니었다. 정 감독은 이운재의 체력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휴식을 준 것이다. 다음 경기를 위해 이운재를 아낀 것이다. 또 이운재의 부재를 대비해 세컨드 골키퍼인 류원우의 가능성을 엿보기 위함이었다.
경기 전 만난 정 감독은 "이운재를 넣자고 코칭스태프들이 강조를 했다. 하지만 이운재를 뺐다. 체력적인 부담감도 덜어주고 세컨드 골키퍼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이운재가 나오지 못하는 경우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조심스럽지만 준비를 잘 했기에 기대를 하고 있다"며 이운재를 제외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류원우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정 감독의 이날 경기 파격적 카드는 이운재 제외뿐만이 아니었다. 전남은 윤석영, 안재준, 이현승, 김영욱, 이종호 등 베스트 멤버를 대거 제외시켰다. 대전전에 나선 대부분의 선수들이 사실상 1.5군에 속하는 선수들이었다.
정 감독은 "6월 일정이 살인적이다. 3일 뒤에 전북과 FA컵 16강전이 있고, 광주, 수원, 울산전이 연이어 있다. 주전들의 체력을 아껴야만 했다. 그리고 베스트로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다. 염려가 되기는 하지만 우리 선수들을 믿고 있다"며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구성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정 감독은 "6월 선수 운용 계획은 미리 짜놓은 것이다. 대전전에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이 아니다. 유상철 대전 감독이 우리 명단을 보고 많이 놀랐을 것이다. 파격적인 카드다.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경기 결과가 너무나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의 파격적 카드는 성공으로 끝났다. 전남은 대전에 1-0 승리를 거뒀다. 1.5군을 투입시켜, 그것도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챙겼다. 신영준이라는 무명의 공격수가 시즌 첫 골을 쏘아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게다가 골키퍼 류원우는 연이은 선방쇼를 펼치며 무실점으로 골문을 틀어막았다. 특히 후반 2분 대전 케빈의 페널티킥까지 막아내며 포효했다. 이운재는 없었지만 류원우는 이운재의 공백을 느끼지 못하게 할 만큼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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