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영화 '록키'의 주제곡이 흘러나온다. 당당한 체구의 한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고 상대 투수를 노려본다. 날아오는 공에 힘껏 방망이를 휘두른다. 그 중 절반 이상은 살아나간다. LG 트윈스의 포수 겸 지명타자 요원 윤요섭의 이야기다.
윤요섭이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LG 타선에 청량제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13일 잠실 SK전에서는 3-2로 근소하게 앞서던 3회말 무사 만루에서 대타로 등장해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친정팀 SK를 무너뜨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이 이날 윤요섭이 기록한 성적. LG는 SK에 10-6 승리를 거뒀다.
이날 뿐만이 아니다. 윤요섭은 지난 5월24일 올 시즌 첫 1군 무대를 밟은 이후 특유의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을 앞세워 LG 타선에 힘을 싣고 있다. 윤요섭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4할4푼8리(29타수 13안타) 5타점. 장타율(0.552)과 출루율(0.515)을 합친 수치인 OPS는 1.067에 이른다.
선발 출전하는 경우에도 나쁘지는 않지만 윤요섭의 진가가 발휘되는 경우는 승부처에서 대타로 등장할 때다. 13일 SK전에서 역시 경기 초반이었지만 점수를 내 달아나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한 김기태 감독은 윤요섭을 일찍 호출했고, 윤요섭은 구원 등판한 전유수를 상대로 깨끗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초반 승부의 균형추를 LG쪽으로 가져왔다.
지난 5월31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결승타를 쳐내며 팀에 승리를 안기기도 했다. 1-1로 맞서던 9회초, 2사 만루 찬스를 잡자 윤요섭이 대타로 등장해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경기는 그대로 3-1 LG의 승리로 막을 내렸고 결승타를 친 윤요섭은 수훈선수로 뽑혔다.
올 시즌 윤요섭의 대타 타율은 무려 6할2푼5리. 득점권 타율 역시 5할에 이른다. 한 타석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대타, 누상의 주자를 불러들여야 하는 득점권 상황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윤요섭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요섭의 방망이 능력은 이미 인정받은 지 오래다. 그러나 문제는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윤요섭의 포지션은 포수. 그러나 현재 LG에는 포수 자원이 적지 않다. 특출난 선수는 없지만 윤요섭이 끼어들 만한 틈 또한 별로 없다.
1루수 전향도 고려해봤다. 그러나 야구를 시작하고 줄곧 맡아보던 포수 포지션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조금씩 기회도 오고 있다. 12일 1이닝, 13일 3이닝 등 짧은 이닝이었지만 2경기 연속 포수 마스크를 쓰고 수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윤요섭은 "포수 마스크는 꿈에서도 쓴다"며 포수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도 무난한 활약을 보였다. 12일에는 9회초 이동현과 호흡을 맞춰 1이닝을 무실점을 이끌어냈다. 13일에는 4회초와 5회초 선발 이승우와 배터리를 이뤄 최정에게 투런포를 맞은 이외에는 실점이 없었다. 6회초에는 다시 이동현의 공을 받아내며 3타자 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윤요섭의 장점은 역시 방망이에서 나타난다. 지명타자, 대타만으로도 제 몫을 단단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포수로도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지난 두 경기에서처럼 짧은 이닝이라도 윤요섭이 포수 마스크를 써준다면 선수 운용에 한결 도움이 된다. LG는 윤요섭의 등장에 또 하나의 히든카드를 손에 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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