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프로야구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요즘 국내 경기 침체로 사회 각 분야가 울상이지만 야구장만은 다르다. 웬만한 주말 경기는 입장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두산 베어스의 경우 27일까지 홈 7경기 연속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올 정도다.
프로야구 인기에 비례해 관중 문화도 무척 성숙해졌다. 특히 1980년대 야구장 풍경을 경험한 이들은 격세지감이라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김진욱 두산 감독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기억하는 1980∼90년대 야구장은 웃지 못할 일로 가득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지방 경기장은 작았다. 필드와 관중석 사이가 잠실의 반도 안 됐다. 그러니 우리(OB 베어스)가 지방 원정을 가면 수난을 당한 적이 많았다. 조금만 방심하면 오물을 뒤집어쓰기 쉬웠다"고 김 감독은 회상했다.
당시만 해도 원정팀은 '적'으로 간주됐다. 홈팀을 위해서라면 원정팀 선수들에 대한 '음식물 테러'는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심지어 소주도 쏟아졌다고 한다. 체질상 알코올을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는 김 감독은 "차라리 소주보다 라면국물이 나았다"며 웃었다.
그는 "어떤 지방에선 일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 덕아웃 바로 위 관중석에서 팔을 아래로 뻗어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덕아웃 안으로 집어 던지기도 했다. 선수들이 안전을 위해 덕아웃에서 헬멧을 쓰고 있어야 했다"고 돌아보며 "한 번은 우리 팀이 득점 상황을 맞았다. 선수단 전원이 일어나서 환호하자 그 틈을 타서 헬멧을 벗겨 달아나더라"는 일화를 소개하며 혀를 차기도 했다.
20~30년 전과 비교해 요즘 야구장 문화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젊은 여성과 가족 관객이 급증했고, 응원 매너 역시 무척 발달했다. 자신의 현역 시절과는 격세지감이 든다는 김 감독은 "야구는 이제 전 국민이 즐기는 스포츠가 된 것 같다. 과거에는 경기 승패가 중요했는데, 요즘 관중은 승패보다는 경기를 즐기는 것 같다. 정말 고맙고,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 김 감독이 보기에 가장 차이가 나는 야구장 풍경은 무엇일까. 그는 "과거와 달리 '스파이더맨'이 안 보인다"고 했다. 술에 취해 필드와 관중석을 가로 막은 그물을 타고 올라가는 '거미인간형 야구팬'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하긴, 화가 난다며 관중석 2층에서 그라운드를 향해 대형 쓰레기통을 던지는 '슈퍼맨'들도 없어지긴 마찬가지다. 물론 슈퍼맨들이 던진 쓰레기통은 그라운드에 못미쳐 애꿎은 1층 관중에게 쏟아지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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