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25일 잠실구장. 롯데와의 주말 홈시리즈를 앞둔 두산 덕아웃은 화기애애했다. 한동안 사라졌던 웃음꽃이 다시 폈고, 선수들 몸놀림도 무척 가벼워보였다. 한동안 굳은 얼굴을 펴지 못하던 김진욱 감독도 사람 좋은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 주말까지 이어진 충격의 5연패. 개막 후 두 달이 되기도 전에 코칭스태프 보직이 바뀌는 홍역도 앓았다. 그러나 충격요법의 결과는 최상이었다. 난적 SK와의 주중 문학 3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다시 상승세를 탔다.
무엇보다 침묵하던 4번타자 김동주가 깨어났고, 또 다른 중심타자 김현수는 24일 마수걸이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김선우부터 이용찬, 김승회로 이어진 선발진은 약속이나 한 듯 승리의 주춧돌을 놓았다.
김 감독은 "우리팀 선발 로테이션이 너무 좋다. 감독으로서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사실 개막 전만 해도 일말의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불펜에서 선발로 이동한 (임)태훈이와 (이)용찬이가 얼마나 빨리 적응해줄 지가 관건이었다"면서 "뚜껑을 열어보자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1선발 니퍼트부터 5선발 김승회까지 모두 만족스럽다. 불의의 부상만 피한다면 앞으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고 했다.
연패 기간 침울했던 기억이 언제 그랬냐는 듯 두산 선수단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엇보다 김동주는 경기 전 자청해서 마운드에 올라가 주위를 놀라게 했다. 타자들의 타격 연습을 도와주기 위해 배팅볼 투수를 자처한 것이다. 무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던지는 그의 모습은 베테랑의 솔선수범이란 점에서 코칭스태프를 흐뭇하게 했다. 김 감독은 "아마 계약 조항에 배팅볼 던지는 옵션도 포함된 모양"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경기 전 희소식도 날아들었다. 그간 2군서 재활에만 열중했던 '불펜의 핵' 정재훈이 이날자로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원래 다음주 KIA와의 주중 3연전에 맞춰 올라올 가능성이 높았지만 예정보다 빨리 호출을 받았다.
김 감독은 "경기가 타이트하지 않은 상황에서 천천히 등판시키겠다"며 당분간 정재훈을 조심스럽게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짧지 않은 2군 생활로 얼굴이 시커멓게 탄 정재훈은 "직구와 변화구를 무리 없이 던질 수 있게 됐다. 연투를 해도 큰 무리가 없다"면서 "마무리 스캇 프록터가 든든히 9회를 버텨주고 있는 만큼 중간에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정재훈은 팀이 2-8로 크게 뒤진 8회초 곧바로 등판,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비록 두산은 이날 롯데의 방망이를 막지 못해 4-8로 패했지만 향후 주축 셋업맨이 될 정재훈이 부활의 가능성을 엿보였다는 점에서 소득이 있었다.
6점차로 끌려가던 9회말 대타 이성열의 우월 투런홈런이 나온 것도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다음 경기를 위한 밀알을 뿌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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