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6이닝 11안타 1홈런 2볼넷 8실점(8자책).
박찬호(한화)가 국내에서 등판한 2경기(연습경기 포함) 합산 성적이다. 아직 정규시즌 전임을 감안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 문제는 투구 내용도 썩 내세울 만한 형편이 못된다는 데 있다.
박찬호가 한국 복귀를 결정했을 때 야구계에서 나온 가장 큰 우려는 제구력 문제였다. 유독 공을 신중하게 보는 한국 타자들의 특성상 박찬호가 초반부터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의 근거였다. 현재로선 우려가 현실이 돼가는 분위기다.
21일 시범경기 청주 롯데전은 박찬호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제구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투수였다. 특히 선발투수로 나섰을 때 컨트롤이 더욱 흔들렸다. 선발 통산 1천733.1이닝 동안 798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다만 결정적일 때 유인구로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능력은 뛰어났다. 통산 1천473개 탈삼진을 기록한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국내 타자들은 박찬호의 유인구에 좀처럼 말려들지 않는다. 롯데전을 마친 뒤 "한국 타자들의 선구안이 너무 좋다. 유인구를 던져도 소용이 없다"고 박찬호 스스로 고충을 토로했을 정도다. 헛스윙을 노리고 던지는 유인구가 통하지 않으니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지는 직구는 통타를 당할 뿐이다. 전성기를 지난 직구 구위가 타자를 압도하지 못한 까닭에 한 번 맞기 시작하면 연타를 허용하는 모습까지 노출했다.
투구수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다. 박찬호는 빅리그 초창기 시절부터 투구수가 많은 선수였다. 특히 1회부터 실점할 경우 쉽게 투구수가 불어나는 경향이 짙었다. 한국 타자들을 상대로는 이런 모습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연습경기서 만난 SK, 그리고 첫 시범경기 상대였던 롯데 타자들은 박찬호의 진을 빼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듯 물고 늘어졌다. 몸쪽으로 공이 붙어오면 어김없이 커트해냈다. 안타 대신 파울을 노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박찬호도 "투스트라이크 이후 던질 공이 없었다. 1회부터 커트를 해대니 많은 공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고 인정했다.
현재로선 향후 박찬호의 투구 내용이 얼마나 개선될 지 알 수 없다. 특별한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경기서 워낙 난타를 당한 탓에 박찬호 본인의 자신감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반대로 박찬호를 상대하게 될 상대 타자들은 한결 의기양양하게 타석에 들어설 공산이 크다.
구위와 구질을 테스트하기 위한 성격이 큰 시범경기라지만 계속해서 난타를 당할 경우 정규시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선수 생활 마무리를 위해 택한 고국 무대. 첫 단추부터 뭔가 어긋나며 고민이 깊어가는 박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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