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이 조금씩 방망이를 예열하고 있다. 걱정되던 리그 재적응 부분은 단 한 경기만에 사라지는 분위기다.
이승엽은 지난 17일 잠실구장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 첫 날부터 우월 투런포를 쏘아올리면서 '라이온킹'의 부활을 예고했다. 삼성이 4-2로 앞서던 5회초, LG 선발 임찬규의 초구를 그대로 노려쳤고 타구는 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갔다. 공식 비거리 130m.
분명 의미있는 한 방이다. 지난 15일 SK와의 연습경기서 선발 윤희상을 상대로 첫 타석에서 투런포를 터뜨린 이후 이틀 만에 또 다시 맛본 홈런이다. 이승엽의 타격감에 불이 붙고 있다는 증거다.
사실 이승엽은 삼성 복귀 후 불안감을 표명해왔다. 일본 오키나와서 실시한 4차례 연습경기에서도 이승엽은 삼진만 5차례를 당하는 등 1할에도 못미치는 타율로 아쉬움을 삼켰다.
물론 당시만 해도 연습경기일 뿐이고, 정규시즌 개막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어 문제가 될 건 없었지만, 9년만에 돌아온 국내무대임을 감안하면 스스로 찜찜한 것도 사실이었다. 때문에 이승엽은 캠프를 끝내고 입국할 당시 "35점"이라고 현재 컨디션을 평가하는 등 목소리를 낮췄다.
하지만 정작 개막이 가까워짐에 따라 이승엽은 '명불허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연습경기 막바지와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터뜨린 연속홈런은 '역시 이승엽'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올해 이승엽의 성적은 야구인들의 관심사다. 지난해 일본 오릭스에서의 부진 후 삼성으로 복귀한 이승엽이 올 시즌 곧바로 폭발할 경우, 한국야구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각 팀 코칭스태프 및 프런트에서 흘러나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인 만큼 잘해줄 것은 분명하지만 그 선이 어느 정도냐는 문제는 캠프 기간 동안 타팀 선수와 코칭스태프들에게도 화제거리였다.
두 방의 홈런으로 이승엽은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아직은 스윙 궤도가 완벽하지 않다"고 스스로는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지만, 시범경기 개막부터 쏘아올린 홈런포는 상대 투수들을 긴장시킬 수 밖에 없다. 시즌 개막까지 차근차근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이승엽 본인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다.
예전 삼성 시절 이승엽을 지도했던 박흥식 넥센 타격코치는 "승엽이는 힘으로 홈런을 치는 스타일이 아니다. 언제는 힘으로 때리더냐"며 "올해 적응만 잘하면 충분히 예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승엽은 시범경기 개막부터 폭발했다. 4월7일 정규시즌 개막 때까지 몸에 밴 홈런본능을 깨울 시간은 충분하다. 거포의 귀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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