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팀구성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스프링캠프 막바지, 양승호 감독은 계속되는 연습경기를 통해 그 동안 구상해놓았던 모든 것들을 시험 중이다. 1월15일부터 이어진 55일간의 전지훈련도 이제 오는 9일이면 끝이 나고 시범경기를 통해 마지막 옥석가리기에 돌입할 작정이다.
2012년 롯데의 스프링캠프는 의미가 크다. 지난 시즌 후 15승 좌완에이스 장원준이 경찰청에 입대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4번타자 이대호도 오릭스로 이적했다. 뿐만 아니라 든든한 백업포수 장성우도 장원준을 따라 나라의 부름을 받았고, 불펜의 핵 임경완은 SK로 FA 이적했다. 투타의 주요선수들이 모조리 빠져나가면서 롯데의 전력은 크게 약화됐고 양승호 감독은 이를 보완해야 하는 부담 속에 전지훈련을 떠났다.
현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틀이 잡혀가는 모습이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물음표 투성이다. 송승준, 고원준, 사도스키, 유먼으로 이어지는 선발진과 미지수인 5선발, 그리고 이대호의 이탈로 인한 타순 및 수비포지션 변경, 새 백업포수의 발굴 등에서 완벽하게 해결해놓은 부분은 없다. 양 감독은 시범경기가 끝난 후에야 모든 것을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제 스프링캠프도 어느덧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고, 사령탑의 시나리오도 한두 개 안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일본 가고시마 가모이케 구장에서 양승호 감독을 만났다. 양 감독은 현재 팀 상황을 얘기하면서 불안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표현했다.
<다음은 양승호 감독과의 일문일답>
-이제 캠프가 막바지에 돌입했다. 성과를 말한다면?
"선수들의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 눈에 띌 정도다. 실제로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투수진이다. 중간 피처는 윤곽을 잡아놓았는데, 현재 5선발과 5선발이 못할 경우 대체할 6선발을 만드는게 참 어렵다. 김수완, 이용훈, 진명호, 이재곤 등 후보들은 많은데 딱히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작년 이맘때 이재곤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는데, 정작 시즌 들어가보니 기대에 못미쳤다. 김수완이 좋아졌지만 조금 더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5선발 후보에 이승호도 들어가는가?
"그렇다. 승호가 붙박이 선발을 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만약 어렵다면 중간에서 롱릴리프로 기용할 생각이다."
-이명우, 강영식, 김사율, 정대현은 불펜보직을 확정시켜놓았다. 그런데 정대현이 무릎수술을 받고 이탈했는데, 불펜쪽 윤곽은 어떻게 되는지?
"박동욱, 김성배의 피칭이 중요할 것 같다. 박동욱은 몸상태가 아주 좋고, 김성배도 이제 피칭을 시작해야 하지만 기대가 크다. 이재곤은 선발보다는 정대현이 빠진 자리를 메워야 할 것 같다. 신인 김성호도 있고, 자원은 많다. 얼마나 잘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래도 가장 걱정이었던 투수쪽이 어느 정도 풀려가는 듯하다."
-마무리는 김사율?
"그렇다. 작년만큼의 공만 던져준다면 충분히 통할 것이다. 만에 하나 부진하다면, 수술 후 돌아오는 정대현이 마무리를 할 것이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대안은 이승호다."
-백업포수로는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지?
"가장 걱정이었던 부분이 바로 포수쪽이다. 이동훈, 김사훈, 윤여운 등이 있는데 사실 아직 다들 예상했던 만큼에는 못미친다. 그래도 다들 잘하고 있다. 처음보다 좋아진 게 눈으로 보인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메워야 하지 않겠느냐."
-사도스키가 작년과는 달리 힘이 붙은 것 같다.
"피칭을 보면 힘이 있고 몸도 불었다. 작년에는 개막 후 한 달간 출전을 못했다. 그래서인지 몸을 잘 만들어왔더라."
-수비 훈련을 크게 강화했다.
"이번 캠프에는 수비강화를 목적으로 했고, 많이 향상됐다. 이대호가 빠지면서 득점력 유지를 위해서는 1점이라도 쉽게 줘서는 안된다. 득점력이 떨어진다면, 실점도 줄여야 한다."
-투수쪽 핵심인물은?
"역시 고원준과 유먼이다. 이들이 못해주면 정말 큰일이다."
-4번타자를 맡을 홍성흔의 컨디션은?
"현재로는 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홍성흔은 멘탈쪽으로 강한 친구니 믿고 있다. 성흔이도 잘해야한다."
-조성환 선수의 1루수 기용도 감안하고 있는데?
"주전이 아니고, 가끔씩 기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박종윤은 아직 풀타임 경험이 없다. 분명히 위기가 올 것이다. 이 때 조성환이 잠시 1루 자리를 맡아줬으면 한다. 2루는 손용석, 정훈, 신본기 등 수비력이 크게 발전한 선수들이 메워주면 된다. 이들의 수비가 크게 향상돼 이런 기용을 생각할 수 있었다. 또 황재균(3루수), 문규현(유격수)이 안좋아도 백업자원이 있어 괜찮다. 신본기의 경우는 내야 전 부분을 소화할 수 있다."
-현 롯데의 전력이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는가?
"글쎄… 현 시점에서 말하기가 어렵다. 시범경기 말미에 가서야 알 수 있지 않겠느냐. 지금은 강팀 약팀을 나누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삼성, KIA가 투수자원이 좋아 잘 해낼 것 같고, 그렇다면 나머지 (4강) 2장을 나머지 팀이 다툴 듯 보인다. 두산의 경우 부상선수(투수)가 많지만 돌아오면 강해질 것이고, 야수는 백업요원을 포함하면 리그 최고다. 결국 나머지 6개팀이 전투를 벌여야 한다. 결국은 부상이다. 부상선수가 나오면 그 팀은 나가떨어진다. 어찌보면 가장 큰 적은 팀내 부상이다."
-올해 목표는 당연히 '최소 한국시리즈 진출'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전력이 약화돼 사령탑으로 부담도 클텐데.
"당연하다. 팬들은 장원준, 이대호가 빠져나갔다고 해도 이해해주지 않는다. 다들 우승을 바라고 있다. 또 나 역시 우승을 하라고 데리고 온 감독이 아닌가. 단순히 4강으로는 안된다. 작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래서 걱정이 크다."
-전력이 거의 완전했던 작년의 경우, SK와의 플레이오프 탈락이 더욱 아쉽겠다.
"그 당시에는 말을 안했지만, 지금도 1차전과 5차전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롯데의 '4월병' 극복도 과제다.
"그게 참 이상하다. 작년에는 연습량도 부족하지 않았는데 로이스터 감독 시절처럼 또 그랬다. 4월에 무사 3루, 1사 3루 등의 기회 놓친 게 20번이 넘는다. 왜 그런지 답답하기만 하다. 선수들이 늦게 (컨디션이) 올라온다. 올해는 초반 부진이 없어야 한다. 농담이긴 해도 4월7일이 개막이라 기쁘기도 하다. 몇 경기라도 덜하게 되니.(웃음)"
-2012 시즌을 앞두고 포부 한마디.
"작년 삼성 류중일 감독은 투수력이 강한 팀을 맡았다. SK 이만수 감독은 탄탄한 수비력이 있는 야수들의 팀을 맡았다. 나 역시 방망이가 강한 팀을 맡았다. 우승전력이 되는 팀에 우승을 시켜달라고 해서 데려온 감독이 나다. 사실 방망이는 믿을 것이 못되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쁜 팀을 맡았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좋은 팀을 물려받았다. 때문에 (이대호, 장원준이 없다고 해도) 우승을 해야 한다. 부담이 되지만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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