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축구대표팀 최강희 감독이 전북 현대 사령탑 시절 뿌리내린 '닥공(닥치고 공격)'의 원천은 측면 요원들의 무한 활동량에 있다. 중앙에 밀집한 상대 수비를 무너트리는 데 있어 측면 활용을 통한 공격전개처럼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북의 K리그 통합 우승에도 측면 요원들의 역할은 상당했다. 왼쪽 풀백 박원재(전광환)와 오른쪽의 최철순(진경선) 등이 앞선의 윙어 에닝요(김지웅)-이승현(서정진, 김동찬) 등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한 쪽으로 쏠리게 했다.
여지없이 중앙 공간이 확보됐고, 마무리는 이동국(정성훈, 로브렉)의 몫이었다. 윙어들은 전진만 한 것이 아니라 중앙으로 파고들어 상대 수비에 혼란을 주며 패스와 칼날 가로지르기로 기여했고, 때론 파울을 얻어내며 프리킥과 페널티킥 기회를 제공했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한 경기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행이 결정되기에 좀 더 집중력 높은 플레이가 요구된다.
20일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사계절 잔디구장에서 열린 훈련에서 최 감독은 수비라인을 조율하면서 역시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왼쪽 풀백에 박원재와 김창수(부산 아이파크), 오른쪽에 최효진(상주 상무), 오범석(수원 삼성)을 나란히 세웠다.
이들은 중앙 수비에서 연결된 볼을 앞으로 전개해나가는 움직임을 쉼 없이 연마했다. 때로는 앞선의 윙어들을 뒤로하고 오버래핑을 시도해 중앙 수비수가 길게 연결하는 패스를 받는 장면도 연출했다. 최 감독은 "조금 더 빨리 나가야 해"라며 미리 준비해 볼을 받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연습경기에서는 윙어 한상운(성남 일화)과 이근호(울산 현대), 김치우(상주 상무), 최태욱(FC서울)이 점검을 받았다. 최 감독이 "좀 더 스피드가 있고 상대를 휘젓는 윙어가 필요하다"고 한 발언을 염두에 둔 듯 이들은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눈도장 찍기에 주력했다.
A매치 출전 경험이 없는 한상운은 "내 왼발도 다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라며 실력 과시를 예고했다.
최 감독의 측면 중시에는 최전방 공격수 살리기라는 의도가 숨어있다. 오는 27일 합류 예정인 박주영(아스널)의 컨디션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동국이 원톱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박주영을 대신해 공격형 미드필더로 김두현(경찰청)이 배치돼 지원에 나설 수 있지만 중앙에 밀집한 쿠웨이트 수비진에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감안한 듯 최 감독은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여야 최전방 공격수가 고립되지 않는다. 쿠웨이트는 두 명의 공격수를 제외한 나머지 6~8명이 수비라인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라며 측면과 최전방 공격수간 유기적인 호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측면에서 다 만들어도 결국 해결은 중앙에서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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