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핵잠수함'이 돌아와 국내 팬들에게 신고식까지 마쳤다. 김병현은 지난 18일 넥센 히어로즈와 계약한 후 2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기자회견을 치르면서 입단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그는 '악동'이라는 예전 이미지는 오해라며 취재진의 질문에 정성껏 답하는 등 부드러운 남자로 변해있었다. 이제 27일 미국 애리조나의 넥센 전지훈련 캠프에 합류할 일만 남았다.
그렇다면, 김병현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이장석 대표와 김시진 감독 모두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김병현은 "몸은 아프지 않지만, (최근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은) 운동을 하면 분명 좋아질 것이라 확신한다"며 "올해는 외적으로 적응을 하는게 먼저다. 부상을 안당하고 무사히 시즌을 마쳤으면 좋겠다"고 한국무대 연착륙에 중점을 둘 것을 강조했다.
이런 김병현의 뜻을 존중해 넥센 구단 측도 최대한 안정적으로 그를 기용할 시나리오를 그려가고 있다.
김병현은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으로 이적했지만, 단 한 차례도 1군 실전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방출당했다. 이후 미국에서 홀로 운동하다가 불안감이 엄습해왔고, 이전부터 러브콜을 보내오던 넥센행을 결정했다.
그런 결정 이면에는 김시진 감독의 존재도 있었다. 김병현은 예전 김시진 감독의 현역 때 투구모습을 보고 조언을 얻기 위해 찾은 적도 있었고, 이는 한국입성의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실제로 김병현은 "밸런스가 안맞을 때 지적해주실 것이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김시진 감독의 지도를 받게 된 데 대한 기대감을 기자회견장에서 밝히기도 했다.
김병현 역시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2개나 가지고 있는 빅리거지만, 등판공백과 나이를 감안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넥센 측도 이를 잘 알고 있어, 무리하게 4월7일 개막까지 김병현의 몸상태를 서둘러 끌어올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차후 김병현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가 팀의 주축이 되는 선발투수로서 화려하고 멋진 장면을 연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보직의 경우 김시진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결정에 따르겠지만, 마무리 요원으로는 손승락이 건재하고, 계투로 나서게 되면 연투부담이 있어 부상 불안도 없지 않다.
즉, 전력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김병현이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 5~6이닝을 꾸준히 소화해주면서 특유의 화끈한 투구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팀내 투수진의 고참급으로 후배들을 이끌어주면서 선발투수로서 기량을 발휘하게 되면, 구단 측으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게 된다. 또 그 과정에서 스타마케팅 부재로 골머리를 앓았던 넥센의 취약했던 부분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물론 선발이 아니더라도 어느 보직에서든 1군에서 안정된 활약을 펼쳐준다면 반색할 일이지만, 지난해 넥센은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를 경험했다. 2012년은 성적 면에서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 필요한 한 해가 분명한 것이다.
과연 김병현은 어떤 보직을 맡아 어떤 활약을 하게 될까. 어찌됐건 김병현의 가세는 넥센 마운드에는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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