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6년 전 겨울 어느날. 먼지 쌓인 잠실야구장 기자실에 한 선수가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는 두산 베어스 자체 연습경기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기자를 보고 멋쩍게 인사한 그는 서동환이었다. 그 한 해 전인 2005년 '고교 최고의 우완'이라는 평가를 받고 두산에 입단한 우완 기대주 서동환 말이다.
개막 전 '붙박이 마무리'로까지 여겨졌던 그는 기대가 컸던 프로 데뷔 시즌을 망친 탓인지 풀이 죽어 있었다. "이제 달라져야지요"라며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그러나 1년, 2년이 지나도 서동환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5억원이라는, 당시만 해도 '특급' 소리를 듣던 입단 계약금 액수에 실린 기대와는 거리가 먼 행보였다.
서동환은 점점 잊혀져갔다. 설상가상, 2009년부터 2년간은 1군 등판 기록도 없다. 팔꿈치 수술과 임의 탈퇴 등의 홍역을 거친 탓이었다. 팀내 존재감이 상실될 위기에 처했을 때 그를 살린 인물이 있었다. 바로 김진욱 현 두산 감독이다. 당시 2군 투수코치였던 김 감독은 서동환의 기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때로는 쓴소리, 때로는 정겨운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서동환은 올 시즌 '절반의 재기'를 경험했다. 5월 31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것이다. 2006년 4월16일 잠실 삼성전 1이닝 무실점 구원승 이후 무려 1천871일 만에 프로 통산 2번째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11경기(22이닝)에 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한 것이 그의 시즌 성적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였다. 의욕이 되살아나니 서동환은 달라졌다. 눈빛을 반짝이며 내년 시즌을 기약하고 있다. 최근 끝낸 일본 마무리훈련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았다. 140km대 후반의 빠른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로 구단 관계자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두산의 내년 시즌 선발진은 유동적이다. 외국인 더스틴 니퍼트와 김선우, 이용찬이 확실한 자리를 점한 가운데 나머지 2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팀내에서는 서동환을 5선발 후보로 꼽는다. 현재 공이 워낙 좋은 만큼 자신감과 투구 감각만 끌어올리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진욱 감독은 "구위는 원래 우리 팀에서 가장 좋은 투수 중 한 명이다. 이번에 보니 밸런스가 아주 잘 잡혔다. 자연스럽게 제구력도 좋아졌다. 포크볼, 서클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쓸 만해졌다"며 "지금처럼만 해주면 내년 시즌 강력한 선발 후보 중 한 명"이라고 대견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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