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임훈은 27일 이만수 SK 감독으로부터 "잘 해보자"는 전화를 받았다. 롯데 이적 후 다시 원 소속팀인 SK로 돌아오는 것이 결정된 후였다.
SK는 27일 FA 정대현의 롯데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외야수 임훈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FA 영입했던 임경완의 보상선수로 임훈을 롯데로 떠나보낸 지 불과 20일만이다.
주위의 위로를 뒤로하고 임훈은 이날 서울역으로 향했다. 부산 친구집에 맡겨둔 짐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서였다.
지난 20일 동안 5∼6차례 다녀왔던 길이다. 바로 전날만 해도 집 계약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부산에 다녀왔던 임훈이다. "주위에서 '다시 SK로 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임훈은 몇 시간만에 다시 부산행 열차에 오르게 됐다. "오늘 한 끼도 못 먹었다. 입맛도 없고…" 이제 마지막 정리를 하러 간다고 생각하니 착잡한 심정이었다.
SK는 지난 23일 롯데로부터 보호선수 명단을 받았다. 정대현의 보상선수로 SK가 롯데에서 선수 한 명을 데려올 일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FA 영입한 임경완의 보상선수로 롯데에 떠나보내야 했던 임훈의 이름이 보호선수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만수 감독 포함 코칭스태프는 26일 회의를 열어 임훈의 재영입을 논의했고, 든든한 외야 자원인 임훈을 다시 데려오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임훈은 보상선수로 이적해 다시 보상선수로 돌아오는 해프닝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졸지에 화제의 중심에 선 자신의 모습이 달갑지 않을 터. 그러나 임훈은 "내가 워낙 씩씩하다"면서 웃어보였다.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제 와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팀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이다."
부산에서 짐을 챙겨 집에 돌아오니 어느덧 자정이 넘었다. 한동안 뒤척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주섬주섬 등산 장비를 챙겼다. 그리고 그는 다시 태백산행 열차에 올랐다. "요즘 등산을 즐겨하는데, 태백산 눈꽃이 예쁘다고 하더라.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산에 다녀온 후에는 마음 정리가 말끔하게 될 것"이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임훈은 2004년 신일고 졸업 후 SK에 입단해 올 해까지 세 시즌 동안 179경기에 출전해 103안타 1홈런 39타점 타율 2할5푼1리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데뷔 후 가장 많은 93경기서 61안타 24타점 5도루 타율 2할6푼6리를 올렸다. 김강민과 박재상, 조동화의 부상 공백을 확실하게 메운 든든한 외야 자원이다.
시련을 겪으며 목표는 더욱 뚜렷해졌다. 임훈은 "이제 백업 선수가 아닌 팀의 주축이 돼 경기를 이끌어가고 싶다. 다음 시즌에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내 장점을 최대한 보여줄 것이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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