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꼭 저래야만 했을까."
정대현의 롯데 자이언츠 입단 과정을 지켜본 한 구단 관계자의 말이다. 정대현은 13일 메이저리그 진출 포기 의사를 자신 명의의 개인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잠시 후 롯데는 정대현과 FA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 일 사이에는 3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정대현은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접고 국내 잔류를 택한 이유를 "간 수치 결과와 치료 방법에 따른 볼티모어와의 이견, 자녀 교육 문제 등 기대와 다른 여건"으로 들었다. 그러나 야구계에서는 국내 구단들의 적극적인 회유가 결정적인 배경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정대현이 미국에 체류할 당시부터 국내 유턴설은 끊이지 않았다. 일부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대시했고, 이에 정대현이 흔들린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러나 정대현은 완강히 부인했다. 국내 복귀 이유를 설명하는 보도자료에서도 "한국 구단의 오퍼 때문에 흔들린 게 아니다.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구체적인 제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는 계약 발표 후 "정대현이 미국에 있을 때부터 국제 전화로 접촉했다. 그간 정대현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온 결과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과정을 전했다. 마치 정대현이 불과 몇 시간 전 발표한 보도자료를 반박이라도 하는 모양새였다.
정대현은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5세다. 생애 처음 기회를 얻은 FA인 만큼 진로를 신중하게 고려하는 건 당연하다. 그가 미국 진출을 포기하고 국내에 남는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자기 인생이고,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과 계약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간 진행과정에서 정대현이 보인 행동은 상당한 뒷얘기거리를 남겼다. 그의 행보를 추적해온 관계자들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그냥 떳떳하게 얘기하면 뭐가 어때서…"라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는다. 그의 말만 곧이곧대로 믿어온 야구팬들은 한 대 얻어맞았다는 반응이다.
FA 시장에 나선 정대현 영입전에는 모두 4개 구단이 뛰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도권 2개 구단과 롯데를 포함한 지방 2개 구단이다. 이 가운데 지방 A구단은 롯데 못지않은 거액을 제시했다는 설도 나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실제 지급하기로 한 돈이 발표 액수보다 많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정대현이 오랜 기간 몸담아 애착을 보였던 SK가 아닌 롯데를 선택한 데에는 돈도 돈이지만 자존심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는 말도 있다. SK가 롯데에서 임경완을 영입하면서 정대현의 등번호였던 21번을 선뜻 내준 것에 서운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물론 임경완이 SK의 21번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정대현이 미국에 머물며 "조만간 볼티모어와 사인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을 때였다.
이번 스토브리그를 후끈 달군 정대현의 메이저리그 진출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미국행을 선언한 지 26일 만이다. 이제 롯데에서 새출발하는 만큼 이전과 다른 새로운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그 진행 과정만은 프로야구계 전체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많다. 한 야구 관계자는 "어떤 경우라도 말이 앞서면 안 된다. 그래야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떳떳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 프로 출신 첫 빅리그 직행 선수 탄생은 정대현의 유턴으로 다음 도전자에게 미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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