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서동환(두산)이 드디어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다. 김경문 감독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를 택했지만, 서동환 자신으로서는 수 년을 기다린 끝에 다시 찾아온 기회다. 자존심 회복과 함께 1군 무대 입성의 시발이 될 수 있는 무대다.
김경문 감독은 오는 31일, 5월 마지막 경기이자 주중 3연전 첫 판인 문학 SK전에 서동환을 선발 예고했다. 김 감독은 지난 27일 잠실 한화전서 수비 도중 부상을 입은 양의지와 선발등판해 부진의 끝을 보여준 페르난도 대신에 최승환과 서동환을 1군 등록시켰고, 31일 콜업한 서동환을 첫 출격시키기로 했다.
두산은 5월 이해할 수 없는 부진에 빠져있다. 타선 전체의 엇박자 플레이와 병살타 양산, 잦은 수비 실책 및 선발과 계투진의 부진 등 총체적인 난국에 허덕이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다. 실제로 5월 한 달 간 두산은 총 24경기서 6승 17패 1무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던 4월과는 180도 다른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5월 승률은 고작 2할6푼1리며 단 한 차례의 위닝시리즈도 없었다.
선발 마운드도 침통하다. 개막 전 김선우, 니퍼트, 라미레즈, 이혜천, 김성배로 구성한 선발진은 시즌 개막과 함께 와해됐다. 그나마 4월 초반은 우천 취소 등에 힘입어 간신히 버텨왔지만, 5월 들어서는 완전히 무너졌다. 현재는 김선우와 니퍼트, 그리고 이용찬과 홍상삼이 4명의 선발요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서동환은 새 용병 페르난도 니에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1군에 합류했다. 기량 미숙으로 개막전 구경도 못해보고 짐을 싼 라몬 라미레즈를 대신에 영입한 페르난도는 5경기(선발 4회)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9.68을 기록하면서 2군으로 강등됐다. 사실상 퇴출 절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팀의 위기일 때 선수 개인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서동환은 이번 등판 기회서 눈도장을 찍는다면, 생각지도 못한 1군 선발진 합류라는 꿈에 그려온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서동환은 부산초-개성중-신일고를 졸업하고 2005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우완투수다. 당시 계약금 5억원을 받고 입단한 대어로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보유해 한 동안 두산의 새로운 마무리 수혈자원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고, 위기상황서는 '새가슴'으로 전락하면서 눈물만 삼켰다. 팔꿈치 수술로 인한 재활도 서동환을 괴롭혔다. 2005 시즌부터 2008 시즌까지 1군 무대서 거둔 성적은 통산 32경기 35.1이닝 29실점(27자책) 평균자책점 6.88. 초라하기 그지 없다.
그런 만큼 서동환은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두산 관계자는 "(서)동환이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벼르고 벼르고 있더라"며 그의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상대할 팀은 단독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SK. 맞상대는 매그레인이다. 서동환은 찾아온 천금의 기회를 살려낼 수 있을까. 야구인생을 걸고서라도 잡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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