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2011 시즌 롯데 타선의 핵심요원은 누구였을까. 대부분의 팬들이 타격 3관왕에 오른 대한민국 4번타자 이대호를 떠올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3번 손아섭의 존재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손아섭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7년 2차 4라운드 전체 29순위로 계약금 8천만원을 받고 롯데에 입단한 우투좌타 외야수. 입단 첫 해에는 부상 등으로 4경기(6타수 1안타)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부임과 함께 2008 시즌부터 조금씩 자신의 존재를 팬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2011 시즌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지뢰밭' 롯데 타선의 한축으로 당당히 우뚝 섰다.
올 시즌 손아섭은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116경기 출전해 타율 3할2푼6리(442타수 144안타) 15홈런 83타점 13도루를 기록하면서 롯데의 페넌트레이스 2위를 이끌었다. 두각을 드러낸 2008년(타율 3할3리)과 2010년(타율 3할6리)의 활약을 뛰어넘어 롯데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만한 성적이다.
특히 양승호 감독은 시즌 내내 손아섭을 칭찬했다. 양 감독조차 혀를 내두를 '근성' 때문이다.
시범경기서 펜스플레이 도중 왼발목 부상을 당한 손아섭은 고질적인 '4월병 롯데'를 구하기 위해 완벽하게 낫지 않은 상황에서 복귀할만큼 의욕이 넘쳤다. 뿐만 아니라 9월에는 주루플레이 도중 다시 발목부상을 입었지만, 순위다툼을 하는 고비였던 탓에 또 통증을 참고 조기 복귀했다.
언제나 1루로 전력질주하는 모습은 양준혁의 뒤를 이은 그만의 전매특허가 될 정도. 양 감독은 "지독한 녀석이다. 이놈은 취미 생활이 없다. 오로지 야구 뿐"이라고 손아섭을 평가한다.
다만 아쉬움도 진하게 남아있다.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은 아직도 그의 마음에 악몽으로 존재한다. 6-6으로 맞서던 9회말 1사 만루의 끝내기 찬스서 튀어나온 초구 병살타. 결과적으로 롯데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고, 손아섭은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를 보지 못했다.
그는 "누가 우승하나 결과만 챙겨봤다"며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병살쳤던 장면이 너무 아쉽다. 1차전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 팀 마무리훈련에 참가해 매일 구슬땀을 흘린 손아섭은 2012년을 정조준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특히 핵심전력인 이대호의 공백을 메워야한다는 책임감도 부쩍 커졌다.
벌써 내년 목표도 정했다. 손아섭은 "정규시즌에서 (3할)2푼6리에 끝나서 사실 아쉬운 부분이 많다. 내년에는 3할3푼을 치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은 롯데에게 분명 위기다. 4번타자 이대호의 해외진출과 15승 좌완 장원준의 경찰청 입대 및 불펜의 핵 임경완의 SK 이적 등 전력이탈이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다. 롯데는 이를 메워내기 위해 '작은' 이승호를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 김성배(전 두산)와 박동욱(전 LG)를 지명하는 등 애를 쓰고 있지만, 이대호의 공백은 메워낼 길이 안보이는 상황이다.
그래도 손아섭은 긍정적이다. 그는 "타자들이 대호형의 공백에 부담을 느끼지 않겠느냐, 하지만 남은 선수들이 더 분발하면서 잘할 것이다. 야구는 그런 것"이라며 "누구라도 대호형의 타점과 홈런을 메우긴 힘들겠지만, 대신 우리는 빠른 야구를 할 수도 있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선수들간의 경쟁으로 시너지 효과도 생길 수 있다"고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냈다.
작은 이승호의 합류로 인해서 마음도 든든하다. 그는 "워낙 훌륭한 선배님이다. 정말 좋다. 우리팀에게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내년 시즌에도 변함없이 우승을 넘볼 수 있는 팀"이라고 덧붙였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손아섭의 말투에는 활기가 넘쳤고 의젓함까지 느껴졌다. 롯데 타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타자가 된 그는 2012년 더욱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예고했다. 팬들은 화력저하를 염려하고 있지만 2012년 롯데에는 손아섭이 변함없이 존재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