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취사선택(取捨選擇) 끝에 삼성이 무난히 결승에 진출했다. 막판 진땀을 흘리긴 했지만, '홈런왕' 최형우의 한 방으로 퉁이의 추격세를 끊어냈고, 이제 소프트뱅크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류중일 감독의 우승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삼성은 지난 27일 '2011 아시아시리즈'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퉁이 라이온즈를 6-3으로 꺾고 예선 2승 1패로 결승에 안착했다. 3-1로 앞서던 6회초 구원등판한 권혁이 대타 구어준요우에게 동점 투런포를 얻어맞고 쫓기기도 했지만, 8회초 최형우의 투런포 등으로 재리드를 잡은 후 오승환이 등판해 깔끔히 경기를 매조지었다.
결과적으로 류중일 감독이 바라는 대로 흘러갔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한 결과,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고, 이제 설욕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용병 2명에 차우찬과 윤성환마저 빠져 내세울 선발감이 없었던 류 감독은 예선 1차전 퍼스 히트(호주)전에서 기선제압을 위해 일찌감치 장원삼을 기용했고, 10-2 대승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만족할만한 첫 판이었다.
문제는 2차전 소프트뱅크와의 대결. 객관적인 전력상 가장 우위에 있는 팀과 총력전을 펼칠 것인지, 아니면 퉁이전을 노리고 힘을 비축할 것인지 기로에 선 류중일 감독은 결국 '퉁이'를 선택했다.
소프트뱅크전에서는 주력선발이 아닌 이우선에 이동걸. 김기태, 박민규 등을 잇달아 등판시키면서 결국 0-9로 완패했다. 화력의 폭발을 내심 노려봤지만, 일본시리즈 우승팀의 마운드는 만만치 않았다. 다음에 만난 퉁이는 반드시 이겨야했다. 여기서 무너졌다가는 소프트뱅크전에서 힘을 아낀 의미가 없었고, 류 감독과 선수단은 필승의 각오로 임한 결과, 무사히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번 아시아시리즈에서 류 감독은 합리적인 전략을 선택했다. 무리하게 맞불을 놓았다가 패할 경우, 한판 승부인만큼 후유증 회복이 힘들 것이라 판단해 내린 결단이다. 소프트뱅크전 완패로 잠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퉁이전 승리로 류 감독의 시나리오는 이변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삼성은 29일 오후 8시 소프트뱅크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2005년과 2006년 이 대회에 출전해 지바 롯데와 니혼햄에게 우승컵을 내준 삼성으로서는 5년 만에 다시 찾아온 첫 우승 기회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아시아시리즈가 열리지 않았다. 어떤 한국팀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어 이번 결승무대는 의미가 크다.
취사선택을 하면서 결승에 오른 삼성은 이제 모든 힘을 쏟아부을 태세다. 장원삼 선발카드로 맞불을 놓은 뒤 불펜진을 모조리 가동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예선전 수모를 되갚아주기 위한 최고의 무대가 만들어졌다.
발톱을 숨겨온 사자가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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