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마음고생이 심했던 손흥민(19, 함부르크)이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는 지난 달 UAE와의 홈경기 이후 "후보로 쓸 거면 대표팀 발탁을 자제해 달라"고 말하며 조광래 감독의 선수 기용에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대표팀 차출 거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위 높은 발언이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손흥민이 대표팀에 꼭 필요하다며 다시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손흥민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다. 그렇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손흥민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대표팀에 합류했고 오직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이런 논란을 종식시키려 했다. 리저브 멤버라도 대표팀에 꼭 필요한 존재고,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했다.
한국은 11일 두바이 알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4차전 UAE(아랍에미리트연합)와의 경기에서 이근호와 박주영의 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선발로 나서지 못했지만 최고의 조커로 큰 역할을 해냈다. 또 침체됐던 대표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한국의 승리에 당당히 한 몫을 담당했다. 태극마크에 어울릴 만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손흥민. 그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대표팀 차출논란을 종식시킨 것이다.
후반 시작과 함께 지동원과 교체돼 그라운드에 나선 손흥민. 전반에 한국의 공격은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시도하지 못하는 등 졸전을 보였다. 하지만 손흥민이 투입되자 한국의 공격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후반 3분 손흥민은 아크 왼쪽에서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UAE 왼쪽 공간을 허물었다. 그리고 중앙에 있던 박주영에게 정확한 패스를 찔러넣으며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후반 10분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들기도 했고, 16분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을 때리기도 했다. 한국의 첫 번째 유효슈팅이 손흥민의 발끝에서 나온 것이다.
손흥민이 끌어올린 한국의 공격 기세는 후반 43분 역시 교체멤버로 투입된 이근호의 선제골로 결과를 나타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은 한국 승리에 쐐기를 박는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아크 오른쪽에서 손흥민은 박주영에게 환상적인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고, 골문 바로 앞에서 노마크 찬스를 잡은 박주영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경기 후 만난 손흥민은 "후반에 공격이 살아난 것이 나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형들이 잘해줘서 공격이 살아났다. 도움을 기록해서 기쁘기는 하지만 팀이 승리한 것이 더욱 기쁘다. 원정을 와서 승점 3점을 딴 것에 만족한다"며 승리의 기쁨을 전했다.
이어 손흥민은 대표 차출논란에 대한 심정을 털어놨다. 손흥민은 "대표팀 차출논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 연연하지도 않았고 연연할 필요도 없다. 지난 소집 때보다 더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대표팀에 왔다. 레바논전에서는 더 잘할 것이다. 공격수이기 때문에 골을 넣어서 감독님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제 자신의 차출논란이 종식됐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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