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운이 좋다는게 이런 것일까. 차우찬(삼성)이 1차전을 되돌아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악의 컨디션이었지만, 정작 마운드에 올라서는 공이 '긁혔다'는 것이다. 차우찬 자신도 어리둥절했을 정도다.
차우찬은 지난 25일 SK와의 한국시리즈 대구 1차전서 선발 매티스의 뒤를 이어 5회 등판, 3이닝 퍼펙트 피칭을 펼쳐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일찌감치 선발의 뒤를 메워줄 불펜요원으로 낙점된 차우찬은 삼성이 4회말 신명철의 2타점 적시타로 리드를 잡자 5회초부터 곧바로 등판해 7회초까지 5탈삼진 무안타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28일 3차전을 앞두고 문학구장 복도에서 만난 차우찬은 웃음기가 넘쳤다. 수많은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질문공세를 받았지만 조목조목 답하면서 현재 자신의 컨디션이 최고조임을 어필했다. 실제로 3차전에서도 류중일 감독은 리드할 경우, 선발 저마노의 뒤를 차우찬에게 맡길 참이다. 비기거나 지고 있을 때는 정인욱 카드다. 그만큼 한국시리즈에 돌입해 차우찬은 류중일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차우찬은 1차전 호투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자칫 부진했다면 시리즈 전체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었던 터라 아직도 긴장감이 남아있는 것이다.
사실 차우찬은 한국시리즈 1차전 직전까지도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시즌 내내 밸런스 붕괴로 고전했던 터였고, 시즌 종료 후 휴식을 취하며 준비를 했지만 딱히 구위가 좋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과 오치아이 코치는 차우찬에게 "잘할 수 있다. 스스로를 믿어라"고 독려했고, 그를 최고의 구위를 가진 투수라고 언론에 공표하며 자신감을 북돋아줬다.
차우찬은 "1차전 바로 전까지도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누가 봐도 안좋은 줄 알아차릴 정도였다. 하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믿는다'고 하셔서 힘을 많이 얻었다"며 "그 때만 해도 내가 KS에 가면 민폐라고 생각했다. 고민이 참 많았다"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실제로 1차전서 몸을 풀 때까지만 해도 스스로 불안했다고 한다. 구위가 나아진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차우찬은 "2회에 몸을 풀 때는 조금 좋아졌는데 3회 다시 안좋아져서 불안했다. 다행히 마운드에 올라가서 첫 타자에게 헛스윙을 이끌어내고 자신감을 찾았다"고 등판 상황을 설명했다.(차우찬은 첫 타자 정상호에게 볼카운트 0-1에서 헛스윙을 두 차례 이끌어낸 뒤 2루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때문에 차우찬은 1차전 호투의 원인이 류중일 감독과 오치아이 코치의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류중일 감독이 미디어데이 때 "투수들 중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가 차우찬이다. 그래서 불펜으로 대기시킨다"고 언급한 것이 차우찬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었다는 것이다. 차우찬은 "감독님도 날 내보내셨을 때 조마조마하셨을 것"이라며 "코치님과 함께 믿어주셔서 스스로 믿고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차우찬은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마음으로는 잘하고 싶지만 공이 좋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1차전 호투는 정말 기적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후 자신감을 되찾고 지금은 활기를 되찾았다. 1차전 시기와 딱 맞물려 최상의 컨디션을 찾은 차우찬. "정말 운때가 맞았다"고 인사하자 "정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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