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류중일 감독의 스피드 예찬론, '빠른 게 최고'

[권기범기자] 삼성이 막강 투수력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은 완벽한 투수력을 앞세워 SK를 2-0으로 격침했다. 선발 매티스에 이어 차우찬, 안지만 오승환 등 줄줄이 나선 투수들 앞에 SK 타선은 속수무책. 삼성은 그렇게 1차전을 손쉽게 승리하면서 정규시즌 우승팀의 위용을 보여줬다.

그런데 류중일 감독이 투수력 외에 강조하는 부분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바로 '스피드'다. 류 감독은 "야구는 무조건 빨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본인이 지향하는 야구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했다.

류중일 감독은 "솔직히 전광판을 보고(상대팀 오더를 보고)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5명이 넘어서면 정말 경기하기가 힘들어지더라"며 "투수도 바쁘고, 야수도 바쁘고 모든 선수들이 바빠진다"고 빠른 야구를 추구하는 팀들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시도때도 없이 도루를 시도하고, 한 템포 빠른 야구를 추구하는 팀들이 '한방 야구'를 추구하는 팀보다 상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예전 해태에게 많이 졌을 때도 그렇다. 해태에는 빠른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 틈만 나면 뛰어버리니 경기 내내 집중해야 했다"며 "아웃카운트 하나 손해 없이 2루를 가는데 얼마나 좋으냐. 스피드는 정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생각 때문에 류 감독은 사령탑 취임 후 선수 기용법도 신경을 쓴다. 비슷비슷한 기량이면 무조건 발이 빠른 선수들을 기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루 사인을 내지는 않더라도 상대를 경기 내내 긴장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류 감독은 "야구는 스피드가 중요하다. 그래서 난 이왕 실력이 비슷하면 발이 빠른 선수들을 기용한다. (오)정복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며 "스카우트팀에게도 말한다. 엇비슷하면 빠른 선수를 뽑으라고. 이는 투수도 마찬가지"라고 스피드를 예찬했다.

이 부분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 이대호(롯데)조차 류중일 감독의 눈에는 만족스럽지 못할 정도다. 류 감독은 "(이)대호가 잘치지만,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참 편하다"며 "치고 나가더라도 투수는 타자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그게 얼마나 편안한 일인가. 대호가 큰 것만 안치면 이후 어려울 것은 없다"라고 언급했다.

"발이 빠르면 얼마나 야구를 쉽게 할 수 있는지 아느냐." 류중일 감독에게 스피드는 절대적인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