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송승준(롯데)이 결정적인 임무를 맡았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이 정도로 무게감 있는 경기는 처음이다. 송승준은 롯데의 영웅이 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앞두고 있다.
양승호 감독은 22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5차전에 송승준을 선발 예고했다.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이라는 의미는 무척 크다. 양 팀이 4번을 맞붙어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최종전까지 이르렀다는 뜻이다. 송승준은 롯데 구단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무너질 수 없는 경기서 선발 등판하게 됐다.
롯데는 플레이오프 1차전서 좌완 에이스 장원준을 내고도 연장 접전 끝에 6-7로 무너져 또 다시 가을악몽을 되풀이하는 듯했다. 기선싸움에서 치명적인 일격을 맞은 터라 회복도 어려워보였고, 양승호 감독은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2차전서 4-1로 천금의 승리를 거뒀다. 지난 과거의 롯데를 되돌아볼 때 모든 것을 투입하고 패한 이튿날 곧바로 이를 설욕했다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바로 그 2차전 선발이 송승준이었고, 6이닝 1실점 역투를 펼쳐 승리의 주역이 됐다.
달라진 롯데는 또 한 번 힘을 냈다. 3차전에서 지독한 적시타 실종으로 0-3으로 영봉패했지만 4차전에서 곧바로 2-0 영봉승을 거두며 되갚아준 것이다.
특히 4차전까지 치르는 과정에서 보여준 무실책 수비 퍼레이드는 분명 롯데의 집중력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유감없이 드러낸 결과다. 까다로운 상대 SK를 만나 박빙의 경기 상황에서 2승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어이없는 수비실책이 나오지 않은 것이 하나의 원동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는 4차전에서 승리함에 따라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SK를 끌어들였다. 힘겨운 고비를 넘고 넘어 최종전까지 이르렀고, 양승호 감독은 2차전 선발로 기대에 부응했던 송승준을 마지막 '비룡사냥꾼'으로 결정했다. 최종전까지 이르기 위해 양 감독은 4차전에서는 장원준 구원 카드를 써 재미를 봤다. 선발 부첵에 이어 4회 구원 등판했던 장원준이 4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준 것이 롯데의 주요 승인이었다.
송승준은 지난 3년간 포스트시즌만 지나면 롯데팬들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3년 연속 시즌 10승 이상의 승수를 챙겼지만 정작 중요한 가을야구에서는 두들겨맞기 일쑤였다. 2008년~2010년 준플레이오프서 송승준이 거둔 성적은 4경기 등판해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5.88. 로이스터 전 감독은 그를 믿고 기용했지만, 송승준은 단 한 차례도 보답하지 못했다.
때문에 송승준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단단히 마음을 다잡았다. 미디어데이 때는 "밑바닥까지 떨어져 그 동안 얼굴도 못들고 다닐 정도로 창피하고 괴로웠다"고 언급했고, 2차전 첫 승 후에도 당시의 악몽을 되새기면서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제 5차전에 나선다. 롯데는 1989년 단일리그 전환 후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쾌거 속에 SK를 만났고, 이제 1999년 양대리그 시절 이후 12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린다. 단일리그로만 따지면 1995년 페넌트레이스 3위에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선 후 무려 16년 만이다.
우여곡절 끝에 롯데는 한국시리즈 진출을 향한 최종무대에 섰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보다 오래 걸렸다. 그리고 송승준은 가장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은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3년간의 악몽은 2차전 승리로 떨쳐냈고, 이제 그는 설욕을 넘어 롯데의 영웅이 되기 위한 무대를 맞이한다.
롯데가 경험한 과거 성적을 떠올린다면, 송승준으로서는 결코 무너져서는 안될 일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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