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가을동화, 빨리 일어나!'
SK 안치용의 간절한 바람이 드디어 TV 중계 전파를 탔다. 안치용은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4-4로 맞선 7회초 1사 1루서 바뀐 투수 고원준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월 투런포를 날렸다. 안치용의 홈런으로 6-4 역전에 성공한 SK는 이후 연장 승부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당시 홈런을 때리고 베이스를 돈 뒤 덕아웃으로 향하던 안치용이 발길을 멈췄다.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안치용의 모습을 담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TV 중계 카메라 앞이었다.
안치용은 갑자기 모자를 벗어 카메라에 들이댔다. 부상을 당한 조동화를 향한 응원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조동화는 지난달 20일 사직 롯데전서 외야 수비 때 이대호의 뜬공을 잡으려다 넘어지며 왼 무릎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조동화와 원정경기 룸메이트였던 안치용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안치용은 조동화의 부상 다음날 자신의 헬맷에 '가을동화, 빨리 일어나'라는 문구를 적었다. 홈런을 날리면 모자에 적힌 글씨를 카메라에 비추는 세리머니를 펼쳐 TV로 경기를 지켜볼 조동화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였다.
안치용은 지난 9일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솔로포를 때렸으나 당시에는 여유가 없어 이 세리머니를 펼치지 못했다.
결국 안치용은 16일 롯데전서 자신의 포스트시즌 두 번째 홈런을 때려냈고, 이번에는 잊지않고 '모자 세리머니'를 성공시켰다.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안치용은 "이번에는 홈런을 치자마자 세리머니 생각부터 들었다"면서 "경기 후 조동화에게 전화가 왔다. 글씨가 안 보였다고 한다(웃음). 그래도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으니 됐다며, 고맙다고 열심히 뛰어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수술을 앞두고 휴식 중인 조동화는 19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3차전 때는 직접 구장을 찾아 동료들을 응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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