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이만수 SK 감독 대행의 속에서는 천불이 났을 터다. 제 아무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완투수를 상대했다고는 해도 홈 1차전에서 완투패를 당한 수모는 뼈아프다. 게다가 선발 에이스와 정예 계투진을 투입하고도 무너졌고, 막판 역전의 희망도 만루포 한 방에 사라졌다. 속쓰린 첫판 패배였다.
SK는 8일 문학구장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좌완 에이스 김광현을 내세우고도 타선 침체로 1-5로 무너졌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출혈이 컸다. 모든 것을 동원했지만, 막판 승부처서 무너져 노력들이 허사가 됐다. 힘은 뺄대로 빼고 승리를 헌납한 꼴이다.
이날 선발 김광현은 4.2이닝 88구 4피안타 3볼넷 1탈삼진 1실점 피칭으로 결과적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초반부터 위기에 몰리면서 불안감을 안겼으나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버텼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5회 2사 후 다소 일찍 김광현을 내리고 계투전에 돌입했다. 생각보다 김광현의 투구수가 많아져 내린 결단이었다.
반대로 KIA 선발 윤석민은 완벽했다. 노련한 완급조절로 SK 타선을 요리했고, 5회말까지 단 1안타만 내주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완다운 모습을 보였다. 와중에 스코어는 1-0로 KIA가 아슬아슬하게 리드를 이어갔을 뿐이었다.
이만수 대행으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1차전이었고, 김광현에 이어 정대현과 정우람을 잇달아 등판시키면서 역전 기회를 엿봤다. 그 결과 1-0 살얼음 상황은 8회말까지 유지됐다.
그런데 9회가 문제였다. 9회초 정우람이 선두타자 이범호를 볼넷으로 내줬고, 뒤를 이은 박희수도 나지완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해 무사 1, 2루에 몰렸다. 김상현을 삼진으로 잡아내자 이 대행은 최근 마무리투수로 좋은 활약을 보인 엄정욱을 긴급 등판시켰다. 하지만 이것이 화근이었다. 엄정욱은 추가 볼넷으로 2사 만루까지 몰리더니 차일목에게 그만 좌월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한순간에 스코어는 0-5가 됐고 이전까지 총력전을 펼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아쉬움은 9회말 공격에도 이어졌다. 선두타자 대타 최동수가 좌월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윤석민의 완봉을 일단 저지했다. 이후 SK는 상대 수비실책과 볼넷으로 무사 1, 2루를 만들면서 대추격의 분위기를 일궈냈다. 4점차였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이었고, SK는 막판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후속타자 최정은 2루 플라이로 돌아섰고, 뒤를 이어 안치용의 풀카운트 상황서의 삼진과 동시에 스타트를 끊었던 1루주자 박재상이 2루에서 아웃되면서 경기는 참으로 허망하게 끝나버렸다.
이날 KIA 선발 윤석민은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머쥐며 혼자 마운드를 지켰지만, SK는 김광현, 정대현, 정우람, 박희수, 엄정욱, 이재영까지 줄줄이 투입하고도 무너졌다. 타선도 단 3안타밖에 쳐내지 못했다. 1차전에서의 허무한 패배가 SK에게 큰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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