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분위기는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 이제는 2004년의 복수를 하고 결승에 오르는 일만 남았다.
전북 현대가 27일 세레소 오사카(일본)와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6-1로 쾌승하며 1, 2차전 합계 9-5로 4강에 진출했다.
1차전에서 이동국이 두 골을 넣고도 수비의 순간적인 실수로 3-4로 역전패했던 전북은 2차전에서 이동국이 네 골을 퍼붓는 등 분노의 공격력을 선보이며 우승 길목에서의 최대 고비를 넘었다.
최강희 감독도 "K리그 경남FC,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치르면서도 이 경기에 집중했다. 분위기도 너무나 좋고 부상자도 없다"라며 "최상의 조건에서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세레소전은 올 시즌 전북의 최대 분수령이었다.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모두 노리고 있는 전북은 자칫 세레소전에서 패하게 될 경우 목표 상실로 팀 분위기가 하락할 우려가 있었다. 2위 포항 스틸러스(52점)와 승점차도 5점으로 줄어든 상황이라 더욱 조심스러웠다. 이런 가운데 세레소에 대승을 거두며 무난하게 4강행을 이뤘으니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전북의 4강 맞상대는 공교롭게도 2004년 전북의 우승을 저지했던 'K리그 킬러'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다. 7년 전 전북은 4강에서 알 이티하드를 만나 원정 1차전에서 1-2로 패한 뒤 홈에서 치른 2차전에서 후반 44분까지 2-1로 앞서며 연장 승부를 예고했지만 막판 통한의 실점을 하며 2-2로 비겨 결승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이후 국내 정규리그에서도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야 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전북은 8강에서 FC서울을 물리치고 올라온 알 이티하드에 두 배의 복수를 다짐했다. 우연인지 4강 일정은 2004년과 똑같다. 전북이 먼저 원정을 치르고 홈에서 2차전을 갖는다.
전북의 전력은 2004년에 비해 훨씬 업그레이드됐다. 7년 전과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2006년 아시아 정상에 오르며 토너먼트에 대한 학습도 충분히 했다. 지난해 8강 탈락의 아쉬움도 4강에 오르면서 다 지워버렸다.
알 이티하드는 2002년 ACL 체제로 개편된 뒤 두 차례 우승(2004, 2005)과 한 차례 준우승(2009)을 기록했다. 2004년에는 전북을 4강에서 꺾은 뒤 성남에 대역전극(1-3, 5-0)을 펼치며 챔피언이 됐고, 2005년에도 부산 아이파크에 2연승(5-0, 2-0)을 거두며 정상에 올랐다. 알 이티하드의 정상 뒤에는 이렇게 '조연'으로 전락했던 K리그 팀들이 있었다. 2009년에는 포항이 2-1로 이겨 그나마 K리그의 자존심을 세웠다.
전북은 통쾌한 복수와 함께 사상 첫 정규리그-ACL 우승이라는 '더블'을 노린다. 챔피언스리그 체제 개편 후 K리그 팀 중 양 대회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경우는 없었다. 전북 관계자는 "정규리그와 ACL 중 우승을 선택하라면 ACL이겠지만 두 대회 모두 정상에 오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라며 대업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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